정부 제안에 수용 뜻 밝혀
북한이 지난 3일 정부가 제안한 수해 지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과거처럼 수해 지원을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0일 통일부의 한 관리는 “북한이 오늘 오전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 이름으로 된 통지문을 보내 ‘남쪽에서 보낼 수 있는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며 “‘지원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는 판문점 문서 교환 방식 등을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3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 지원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으며, 이달 안에 접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보낼 수 있는 품목과 수량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북한에서 지원을 원하는 물품이 무엇인지도 판문점 문서 교환을 통해 물어볼 계획이다. 이 관리는 “현재 무엇을 얼마나 지원할지 정한 것은 없으며, 먼저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는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해 지원에서는 정부가 북한에 쌀과 시멘트를 지원할지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 때 쌀과 시멘트를 지원해달라고 남한에 요구했으나, 정부는 두 가지 모두 군사용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며 거부했다. 대신 정부는 영유아 영양식과 라면, 과자, 초코파이를 제안했으나, 북한도 이 물품들을 거부했다. 앞서 정부는 2010년 북한 수해 때는 북한의 요구에 따라 100억원 규모의 쌀과 시멘트, 컵라면을 지원하다가 연평도 포격으로 중단한 바 있다.
북한이 수해 지원을 받겠다고 한 것은 지난 5월께부터 가뭄과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은 때문으로 보인다. 외부 지원이 절박한 처지다.
수해 지원이 당국간 대화의 징검다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별도의 적십자 접촉이 성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이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금강산 관광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화 채널을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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