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다.”
최근 방북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3일(현지시각) <에이비시>(ABC)방송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로드먼은 이어 “김정은은 ‘당신이 그걸 해낼 수 있다면, 데니스,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자가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로드먼은 농구시합 관람 때 김정은 제1비서와 바로 옆에 앉아 얘기를 나눴으며, 또 만찬에도 초대받았다. 이런 얘기를 어디에서 했는지에 대해선 로드먼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제1비서의 이런 언급은 북한의 로드먼 초청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경색된 북-미 관계를 조금이나마 풀어보려는 뜻에서 이뤄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바람과는 다르게 미국에선 로드먼 초청을 전형적인 ‘선전전’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로드먼은 또 김정은 제1비서에게 ‘농구 외교’를 통해 미국과 신뢰를 쌓아갈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농구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오바마도 농구를 사랑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거기서 시작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으로 위협하고 인권 침해를 하고 있는데도 방북 당시 기자들에게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는 멋지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느냐고 사회자가 묻자 로드먼은 그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로드먼은 “나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 좋은 친구다. 그가 하는 일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는 나의 친구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갖고 있는데도 그러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도 여기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로드먼은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그는 겸손하지만 강력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는 권력을 사랑하고, 통제력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로드먼은 “내가 한 일은 역사”라면서 “나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고, 돌아가서 진정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미국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의 일원으로 방북한 로드먼은 김정은 제1비서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하는 등 김정은과 이틀간 자리를 함께하고 나서 1일 평양을 떠났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미 관계가 한층 나빠진 상황에서 벌어진 로드먼의 북한 방문과 거리를 두려는 자세를 보였다. 패트릭 벤트럴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로드먼은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는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라면서 “그는 어떤 외교적 역할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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