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편찬요강 5개항 확정발표…어문규범 단일화모임 운영 합의
60년 동안 갈라진 남북의 말글을 집대성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편찬위원회는 8·15 민족대축전 폐막일인 1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겨레말큰사전 보고대회’를 열어, 모두 5개항의 사전 편찬요강을 확정해 발표했다. 21명의 남북 국어학자와 문인 등으로 구성된 공동편찬위원회는 이날 ‘남북 어문규범 단일화 모임’을 구성해 운영하는 데도 합의했다.
공동편찬위는 이날 발표한 편찬요강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쓰는 낱말을 우선 사전에 올리고, 차이가 나는 낱말은 합의를 통해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모두 30만개 이상의 낱말을 사전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편찬요강은 이를 위해 남쪽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북쪽은 <조선말대사전>을 토대로 각각 3∼5개의 작업조를 구성해 어휘 선정과 추가 어휘 선정 등 자료 조사와 초고 집필 등을 한 뒤, 남북 공동편찬위원회를 통해 양쪽의 초고를 합치도록 규정했다. 편찬요강에는 이 밖에 겨레말큰사전의 성격, 편찬원칙, 올림말 기준, 뜻풀이 방식, 편찬과 작업 방식에 대한 남북 합의내용도 담겨 있다.
공동편찬위원회는 앞으로 원고집필 요강, 언어규범 단일화 요강 등 3∼5개의 부문별 작업 요강을 만들어 남북에서 따로 진행될 사전편찬 작업의 공통 지침서로 삼기로 했다.
홍윤표 공동편찬위 남쪽위원장(연세대 교수)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2차 공동회의에서 편찬요강의 상당 부분을 합의했지만, 이번 서울 3차 회의에서는 최종적으로 합의문을 작성해 이를 처음으로 남북·재외동포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이제부터는 자모 순서나 두음법칙 등 남북간 어문규범의 차이를 좁혀 ‘공동사전편찬용’ 단일 어문규범안을 만드는 일을 한층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문영호 공동편찬위 북쪽위원장은 “이번 공동 편찬요강 발표는 ‘지금의 실정에서 통일사전 편찬이 가능한가’라는 일부의 의구심에 대해 확고한 전망을 안겨주는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고은 공동편찬위 남쪽 상임위원장은 이날 보고대회 개회사에서 “겨레는 겨레말 없이 존재할 수도 존속할 수도 없다”며 “이번 보고대회야말로 우리 민족이 하나의 뜻을 실현하는 가장 원천적인 행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1989년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에게 통일국어대사전 편찬을 제안해 합의한 것이 발단이 됐으며, 2004년 문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를 다시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남북은 지난 2월 금강산에서 남북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과 1차 공동회의를 열었으며, 지난 7월 평양에서 2차 회의를 열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1989년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에게 통일국어대사전 편찬을 제안해 합의한 것이 발단이 됐으며, 2004년 문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를 다시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남북은 지난 2월 금강산에서 남북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과 1차 공동회의를 열었으며, 지난 7월 평양에서 2차 회의를 열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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