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단, 입원중인 DJ 방문

“입원 소식 듣고 장군님 큰 상심 완쾌되어 꼭 평양에 오시라”

7일째 폐렴 증세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일 오후 병실에서 환자복 차림으로 8·15 민족대축전 북쪽 대표단을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30여분 동안　김기남 북쪽 당국 대표단장과 림동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안경호 민간 대표단장 등 북쪽 대표단 3명과 6·15 남북 공동선언, 6자 회담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단장은 꽃다발과 함께, 쾌유를 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장군님(김 위원장)께서　김 전 대통령이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고 외국에　다니시면서 주요한 사업을 하시고 있다는　기별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상심이 크셨다”며　“꼭 병원을 방문해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은 건강하신가”라고 물은 뒤,　“말씀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최경환 공보비서관이 전했다.

　김 단장은　“우물물을 먹을 때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듯이, 6·15 공동선언을 나오게 한 역사적 공로를 우리 인민들은 심장에서 지울 수 없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6·15가　남북이 힘을 합해 상호 협력하고 통일해 나가자는 약속이었다면, 이번 민족대축전은 6·15 정신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중간 도약의 계기”라며　“남북이 힘을 합해 핵 문제도 해결하고 민족 문제도 같이 잘 해나가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에　대해　“김 위원장이 큰 결단을 했으며, 통일의 흐름을 한발짝 전진시켰다”고 평가한 뒤,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쪽 대표단은 특히　김 전 대통령에게　“방북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뜻을 여러 차례 거듭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5년 전 (남북 정상회담에) 오셨을 때는 일하느라 편히 쉬지 못하셨는데 이번엔 오셔서 편히 쉬기도 하시라”고 말했다.　김 단장 등은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와 양봉렬 비서관 등의 손을 잡고　“꼭 평양에　오시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

이날 북쪽 대표단이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박수로 환영했고,　김 단장은 손을 흔들어 화답한 뒤 시민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폐렴과 신장 투석 치료를 함께 받고 있으며,　기침은 잦아들고 있으나 퇴원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최 비서관이 전했다. 이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