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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 대치’ 출구전략은… “결국 대화뿐”-“대북 전략구상 먼저 다듬어야”

등록 2013-04-09 21:20수정 2013-04-09 22:46

‘한반도 위기’ 전문가 제언

“특사파견 어렵다면 비공개 접촉·3국 지렛대 활용을”
“대화 전환 앞서 대북정책 내실 다져 국제신뢰 얻어야”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중단함으로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사실상 폐쇄위기에 처한 9일 오전, 경기 파주 군내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상공에 검은 먹구름이 덮여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중단함으로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사실상 폐쇄위기에 처한 9일 오전, 경기 파주 군내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상공에 검은 먹구름이 덮여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 해소의 ‘출구’를 대화에서 찾아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매우 악화돼 있는 만큼 물밑 비공개 접촉이나 제3국의 중재 같은 ‘우회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화 제의가 자칫 섣부를 수도 있는 만큼 남북관계를 풀어갈 정부의 전략 구상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처럼 일촉즉발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출구는 대화뿐”이라며 적극적인 대화론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대립·대결 국면에서는 북한이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도권을 발휘하는 것은 대화와 협력으로 갈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화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특사 파견, 물밑 접촉, 제3국을 통한 중재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특사론과 관련해 “특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분이 갈 수도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한·미의 의중을 같이 전달할 미국의 고위 정치인이 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공개적인 특사 파견은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먼저 비공개 접촉을 통해 물꼬를 트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대화를 아낄 필요는 없지만 지금 특사 파견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상황이 너무 꼬여 있어서 그런 일회성 대화로 풀어내긴 어려워 보인다”며 “차라리 이럴 때는 비공개 물밑 접촉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제3국의 중재를 제안했다. 양 교수는 “대화 제의가 대화를 구걸하는 것처럼 비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면 다른 나라가 다리를 놓도록 중재를 활용할 수도 있다. 2006년 핵실험 때는 중국이, 2011년 비핵화 남북회담에선 미국이 중재한 사례도 있다”며 “그렇게 해서 물길을 열면 남북 대화, 북-미 대화, 4자 또는 6자회담으로 가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대화로 국면전환을 모색할 시기가 아니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국면 전환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대화는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이 대화 국면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 교수는 “시기로 보면 4월 말까지 한-미 연합 독수리연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국면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조건에서는 한국이 과거의 포괄적 접근 방법이든 신뢰 프로세스든 거기에 맞는 대북정책을 잘 가다듬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합의한 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특사 파견이라든지 북한을 달래기 위해 무엇을 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 북한이 핵과 경제지원 둘 다 얻어내려는 전략인데 이는 허용될 수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으며,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도 “지금은 그냥 쿨하게 가면서 내부적으로 내실있는 대북정책을 준비해서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대북 피로감만 얘기하고, 박근혜 정부는 신뢰 프로세스라는 원론만 되뇌고 있다”며 “대화를 재개하라 마라 하기 이전에 정부의 신뢰할 만한 대북구상이 불투명하고, 의지나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남일 송채경화 기자

suh@hani.co.kr


위기 고조 원인은…

북, 김정은 체제 안정 노린 ‘정치적’ 도발
한·미, 대화 아닌 강경대응 맞서 ‘악순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례 없는 초강수를 두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으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승계를 위한 정치적 필요성’과 ‘한·미의 강경한 맞대응’ 등을 꼽았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은 권력 엘리트와 북한 인민, 미국·한국·중국에 대해 자신의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물러설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도 “기본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한 것이다. 군 내부 인사 등으로 불만이 많으니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 내부의 불안정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며 김정은의 ‘군 장악 의도’를 지목했다.

한국과 미국이 강경한 맞대응으로 응수한 것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고조시킨 원인으로 꼽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과거 남북관계는 도발, 제재, 협상, 그리고 도발이 반복됐는데, 지난 5년은 여기서 협상이 빠져 도발과 제재가 굉장히 가파르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박순성 교수는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남한과 미국이 외교로 풀기보다 강경한 군사적 방어로 대응하겠다고 해 긴장이 고조된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남-북 및 북-미 관계 등에 대한 ‘새판 짜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공인받겠다는 차원에서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이다. 북한 입지를 반영한 ‘새판 짜기’를 하겠다는 의도다. 우리가 강경 맞대응을 하니 사태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대화냐 대결이냐’, 미국에는 ‘핵전쟁이냐 대화냐’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결국 대화로 나오라는 게 핵심 의도”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남북관계 중장기 해법은…

다수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지켜봐야”
5월 한미회담이 전기…‘북핵 분리’ 주장도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해법은 갈렸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이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면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 좀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과거 햇볕정책처럼 속도를 내거나, 이명박 정부 때처럼 감정적 측면까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이미 상황 자체가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효성 증명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달려 있다. 중장기 남북관계 전망도 마찬가지”라며, 그 출발점으로 비군사적 해법, 특히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들었다.

극한의 대치 상황을 풀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5월 초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남북관계를 길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원래 이런 식으로 나오는 북한을 다루겠다는 정책이다. 이에 맞는 접근 방법을 한-미 정상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하고,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와 달리 남북관계와 북핵을 전략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처방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과 유사한 면이 있다. 신뢰 프로세스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간다는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북핵 문제는 북-미 대화나 6자회담에서 다루되,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의 속도와 폭을 조절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6자회담 재개를 우선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북한학)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신뢰를 쌓으면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식으로 조건을 달고 협소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포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국제사회가 지난 20년 가까이 북한과 협상을 했지만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한국은 남북관계, 일본은 납치 문제, 중국은 주변국 안정, 미국은 핵 비확산 등 따로따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주변국과 협의해 핵 문제 등을 모두 묶은 액션 플랜과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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