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케리 국무장관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2·29 합의 파기 이후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꺼렸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이 북-미간 직접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케리 장관은 이날 아시아순방 동행기자단과 만나 “우리는 (북한과)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적절한 순간, 적절한 상황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와 만난 가장 중요 인물이냐는 질문에 머지않아 보다 전통적인 특사가 보내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누군가 만나서 논의하길 요청받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케리 장관은 북-미 직접대화를 위해서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성의있는 조처가 필요하다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조만간 이에 대해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일부 조처들(some actions)을 취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취해야 할 구체적 조처들에 대해서는 워싱턴에 돌아가서 동료들과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이런 태도는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 원칙에서 상당히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케리 장관의 이런 제안은 북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수사가 상당히 완화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 행정부 내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을 요청한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케리 장관이 ‘개인적으로’ 말한 것이며 미국 정부가 북한에 공식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우리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이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대화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수장인 케리 장관이 북-미 직접 대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만큼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대화 제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케리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 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협상이다. 우리의 선택은 테이블로 이동해 지역 평화의 길을 찾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고려사항들, 두려움들이 무엇이든 그들이 테이블에 책임있는 방식으로 와서 그것을 협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다룰 수 있고 6자회담 국가들과 함께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우려사항인 체제 안보에 대해 협상할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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