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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대화 제안 좋지만…‘북 선택시간 하루뿐’ 방식 아쉬워”

등록 2013-04-25 20:49수정 2013-04-25 21:37

정세헌 전 통일부 장관
정세헌 전 통일부 장관
‘개성공단 회담 제의’ 전문가 분석
25일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실무접촉을 열자고 전격 제안했다. 이번 남북 대화 제안의 의미, 예상되는 북한의 반응, 미·중의 대북 정책 등과 관련해 전문가 4명의 의견을 긴급히 들어봤다.

“북, 압박으로 받아들여 거칠게 나올수도”

정세헌 전 통일부 장관

26일 오전까지 하루 만에 회신을 달라는 정부의 제안은 너무한 것이다. 단순히 26일까지도 아니고,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중대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북한은 이를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매우 거친 방식으로 반응을 해올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이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말하는 독수리연습이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대화에 나오란다고 나올 상황이 아니다. 그런 것들을 통일외교안보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알 텐데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북한이 남쪽의 제의에 토를 달며 역제안을 해온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정말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린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앞으로 북한에 무슨 명분으로 대화를 제의할 것인가. 북한도 지금 미-중 사이의 의견 교환,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며 상황을 헤아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퇴로를 차단하며 이렇게 세게 말할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남북 대화 매뉴얼에 없는 일을 한 것이다.

지금 남북관계를 잘못 풀면 5년 내내 북한과 대화를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원칙’, ‘퍼주기’ 등의 단어를 써서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개성공단을 할 테면 하고, 말 테면 말라는 태도로 돌아선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 개성공단-남 금강산, 한발씩 양보를”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전에 물밑 접촉이 있었나 모르겠다. 사전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조율해야 한다. 곧바로 공개 회담을 하면 그 내용이 정치 문제가 돼서 융통성 있게 이야기를 못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명분 싸움인데, 이렇게 지르는 식으로 나가면 양보하기가 힘들 수 있다. 대화는 주관적으로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상황을 풀고 싶다면 북쪽이 어떤 조건인지, 양보할 수 있는지를 잘 보고서 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신뢰 프로세스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북은 자기네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본다. 최고 존엄 훼손이나 개성공단 인질 구출 등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한국에 큰 손해가 된다고 보는 것 같다. 사실 북한의 군부는 개성공단에 대해 계속 껄끄럽게 생각해왔다.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 때 북한이 만든 자체 시나리오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 제안을 북한이 쉽게 받지는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과 미·중의 비핵화는 서로 큰 상관관계는 없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연계하는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양보하도록 하고, 한국이 금강산을 양보하는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구체적 신뢰 회복 제안을 해야 한다. 5월 초 박근혜-버락 오바마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때까지는 가지 않겠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개성 잘못되면 신뢰 프로세스도 타격”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현지에 남아 있는 우리 기업체 직원들의 식량 사정이나 건강 등을 생각할 때 제안을 잘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단 하루의 시간을 주는 이런 식으로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들이 북한을 다루는 데 과거의 경험이나 노하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조처를 취한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북한을 설득해 개성공단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이 잘못돼 개성공단에 문제가 생기는 쪽으로 흐름이 잡히면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시민과 국제사회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조처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한-미의 독수리연습을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우리가 날짜를 정해서 ‘중대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한 것을 북한은 강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현재는 북핵 등 여러 문제에 대해 한-미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며 북이 비핵화로 가는 의미 있는 조처를 먼저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뜻과 자신감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이번 제안도 그런 큰 틀의 공조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 아닌가 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북이 공 되넘겨도 흥분 말고 잘 관리해야”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시점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제안은 불가피해 보인다. 개성공단 업체들의 식량이 다 떨어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주가 넘으면 현지 인원들이 더는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또 30일까지로 예정된 독수리연습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음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 전에 개성공단 문제를 정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화 제안이 좀더 빨리 이뤄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북한이 이번 제안을 받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받을 가능성도 있고, 또다른 조건을 달아 다시 남쪽에 넘길 수도 있다. 북한도 당연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했을 때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까 하는 점이다. 북한이 우리의 1차 대화 제의를 거부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약간 발끈했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개성공단을 살리는 게 목적이라면 북한이 공을 다시 넘겨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정상화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설득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시급하고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현재 한·미는 물론이고 중국도 대화 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도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본다.

정리/김규원 길윤형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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