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술(72)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
‘어린이평화한마당’ 연 권근술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
평화메시지 담은 책·타일 제작
“현재 북 어린이 지원마저 막혀
박근혜 정부, 대북지원 허용을”
평화메시지 담은 책·타일 제작
“현재 북 어린이 지원마저 막혀
박근혜 정부, 대북지원 허용을”
“종주먹을 쥔 채로는 10분도 버티기 힘든 법입니다.”
22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평화의 꽃이 피었습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권근술(72·사진)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은 이렇게 현재의 비정상적인 남북 대결 상황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이끄는 어린이어깨동무가 ‘정전 60년, 어린이 평화한마당’이라는 부제를 단 ‘평화의 꽃…’ 행사를 기획한 것도 현재 상황을 넘어서려는 희망을 밑절미로 삼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평화지수를 알아보고, 장남감 무기를 평화의 책으로 바꾸거나 평화타일을 제작하고, 평화 메시지도 함께 만들었다. 모두 어린이의 눈을 통해 느낀 평화를 어린이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권 이사장은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한겨레> 창간 주역으로 참여해 대표이사를 지내고 96년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어깨동무를 이끌며 북한 어린이 돕기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그동안 평양 어깨동무 콩우유공장, 학용품공장, 어린이병원 건립 등 대북지원 사업과 함께 어린이 평화캠프, 남북 어린이 그림교환 사업 등 다양한 교육·교류 사업을 해왔다. 한마디로 남북 어린이가 친구로 만날 수 있는 다리 구실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권 이사장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이렇게 지난 17년간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최근 학교로 평화교육을 나가보면 북한을 화해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뉴스라든가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그럴 겁니다.” 권 이사장은 이를 어른들의 언어에 아이들이 감연된 탓으로 여긴다. 문제는 어른들은 협상 등을 통해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 적대감이 심어지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상황은 장기적으로 볼 때 어차피 바뀔 것입니다. 현재의 어린이들이 남과 북을 이끌 20~30년 뒤에도 남북이 여전히 적대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강화 등을 고려할 때, 종주먹을 쥔 현재의 대립이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남북 모두가 발전 기회를 상실하게 되리라는 것도 이런 전망의 한 근거일 것이다. 따라서 남북이 현재 대립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만은 ’미래의 시각’으로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게 이번 행사가 던지는 메시지다.
권 이사장은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하면서도 북한 어린이 지원마저 막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어리석음과 안타까움 심지어 분노마저” 느낀다. 하지만 그는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 이전이라도 정부가 대북지원을 풀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시진핑 주석을 대하는 박 대통령이 더욱 떳떳할 수 있고, ‘협상 카드’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