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 사이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미 발언?
김 “자주성 갖고 대화하자”
노 “미국과 관계 싹둑 못잘라
그 흐름에 남북관계 진전 중요”
김 “자주성 갖고 대화하자”
노 “미국과 관계 싹둑 못잘라
그 흐름에 남북관계 진전 중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화두가 된 단어 가운데 하나는 ‘자주’였다. 회담 초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국이 마치 미국에 예속돼 있는 듯 말하며 자주성을 갖고 남북관계에 임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관계의 ‘현실’을 고려해 자주성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니 북한도 남북관계에 협력해 달라고 맞받았다.
24일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대화록 전문을 보면, 포문을 연 것은 김 위원장이었다. 그는 “지금 상급(장관급) 회담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정세에 따라 했다 말았다 한다. 남쪽 사람들이 자주성이 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로 국한시켜서 하면 되겠는데, 눈치 보는 데가 많지 않은가. 자기 주견대로 말을 못하는가”라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쉬운 말로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남북관계에 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과 함께 평화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곤란한 제안까지 던졌다. 내친김에 더 강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노 대통령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 회담 보고’가 끝나자 작심한 듯 “위원장 말에 몇 가지 답변을 하고 싶다”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역사적으로) 한국은 미국에 의지해왔다. (그런 점에서) 친미국가이다. 하루아침에 미국과 관계를 싹둑 끊고 북한이 하는 수준의 ‘자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점진적 자주로 가자”고 설득했다.
점진적 자주를 강조하며 노 대통령은 국방·외교 분야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그는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이제 우리 군대가 쓰기 시작한다. 주적(이란) 용어도 없애버렸다. 2012년이 되면 작전통제권도 단독으로 행사하게 된다. 균형외교라는 말을 우리 정부가 공공연하게 쓰고 있다. 한반도가 동북아 균형자가 돼야 한다.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구나 이렇게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노 대통령은 “미군이 작계(작전계획) 5029를 미국이 만들었는데, 우리가 그거 못한다 그래서 개념계획이라는 수준으로 타협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결의가 단호해서 그런 게 아니고, 남쪽 국민의 보편적 정서다. 그런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굳혀나가는 것은 남북관계에 성과 있는 진전”이라고 매듭지었다. 한국도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비현실적인 요구를 앞세우지 말고 북한도 남북관계에 협조해 달라고 역제안을 한 것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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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25일 오후에 열린 국회 본회의 도중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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