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금강산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를 찾은 한 관광객이 21일 오후 맑은 하늘 아래 멀찌감치 자태를 드러낸 금강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고성/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달 금강산관광회담” 수정 제의
북 “이산상봉·금강산 연계” 통첩
정부 ‘더이상 거부 어렵다’ 판단
장소는 북쪽 주장 ‘금강산’ 수용
금강산기업인협 “관광 재개” 촉구
23일 광화문청사 앞 집회 열기로
북 “이산상봉·금강산 연계” 통첩
정부 ‘더이상 거부 어렵다’ 판단
장소는 북쪽 주장 ‘금강산’ 수용
금강산기업인협 “관광 재개” 촉구
23일 광화문청사 앞 집회 열기로
20일 저녁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 제안에 대해 시기를 늦춰 열자고 고쳐 제안한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정부로서는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더이상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날 낮 판문점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이 연계돼 있다”는 사실상의 최후 통첩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도 무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금강산 관광을 빼고 이산가족 상봉만 먼저 추진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하겠다는 기본 원칙은 포기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수용하되, 시기를 이달 22일에서 9월25일로 한달 이상 늦춤으로써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이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추석(9월18~20일) 전후로 열기로 돼 있어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이 9월25일 열린다면 이미 끝났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을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거꾸로 뒤집은 대응이기도 하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실무접촉 장소를 판문점으로 제안했으나 북은 금강산으로 수정 제의했고, 우리 정부는 판문점을 고수했다.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은 애초 북한이 이달 22일 금강산에서 열자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하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남북 정부의 기싸움이 계속되자 금강산 관련 기업들은 관광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고, 이산가족들은 상봉 행사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회장 최요식)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민간 기업이 모든 것을 투자한 금강산 관광은 5년간 중단돼 있는데, 정부의 막대한 자금이 지원된 개성은 가동 중단 4개월 만에 재개됐다”며 “만 5년을 참고 기다렸지만 앞으로는 잃어버린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온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산가족들도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상봉 행사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한적은 전날인 19일 하루에만 수십명의 이산가족이 남산의 한적 사무실을 방문했고, 문의 전화도 수백통이 걸려왔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들은 “이번에는 상봉 행사가 꼭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 “이번에 가족을 꼭 만나고 싶다”, “상봉 신청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적은 전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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