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결국면 전환 왜?
금강산 관광 재개 원하는데
박근혜 정부, 일방적 회담 연기
미국도 대화 제안에 냉담한 반응
금강산 관광 재개 원하는데
박근혜 정부, 일방적 회담 연기
미국도 대화 제안에 냉담한 반응
북한이 대화 시도를 접고 대결 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5월 극단적인 대결 국면을 조성했던 북한은 6~9월 태도를 바꿔 대화를 시도해왔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하자 다시 긴장을 조성하는 쪽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북한은 8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작전 동원 태세’를 지시하는 한편으로 “미 행정부가 진실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바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먼저 움직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적 대결 자세를 보이는 한편으로, 미국과의 대화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북한은 7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국방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로동신문> 등을 모두 동원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특히 북한은 잇단 비난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거나, 현 정부를 유신 시절에 비유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을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의 맹비난은 6월 이후 대화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보인 태도에 분노와 실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관급 회담이나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 올해 대부분의 남북간 합의는 북한의 일방적 양보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장관급 회담 장소를 서울로 정한 것, 개성공단의 재가동·국제화 합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회담 연기 등은 모두 북한의 양보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남북대화의 성과를 박 대통령의 원칙이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통했다는 식으로 자랑해왔다. 개성공단 국제화나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양보가 전제됐음에도 북한이 바라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회담 시기를 두차례나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북한은 관광을 경제 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보인 관심이나 지난 7~8월 북한을 방문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의 전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박 사장에 따르면, 북한은 금강산 외에도 원산, 백두산, 칠보산 등지를 관광특구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우회적 제안에 대해 청와대는 금강산 관광조차 당장 재개할 뜻이 없음을 공공연히 밝혔다.
북한은 지난 넉달 동안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실패했다. 6월15일 외무성 성명을 내어 미국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으나,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은 북한이 기존의 2·29 합의나 9·19 공동성명의 내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고, 비핵화 선조처까지 요구했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당분간 긴장과 대결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말만으로’ 한·미와의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북-미 대화를 위해 노력해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북한의 핵 보유,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국면을 타개할 카드로 핵실험을 사용할 우려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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