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연합사령부·유엔사령부) 사령관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인계철선’ 사실상 유지 시사
‘인계철선’ 사실상 유지 시사
미군이 경기 북부의 2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한 뒤에도 한강 이북에 한·미 연합사단 방식으로 주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참여정부 때 미군의 평택 이전 계획과 함께 폐기한 ‘인계철선’(tripwire) 정책을 되살리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연합사령부·유엔사령부) 사령관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좀더 효율적인 한국 방어를 위해 한강 이북 잔류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1구역이라고 부르는 한강 이북에 작전 측면에서 어느 정도 (미군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군이 평택 이전 이후 한강 이북 주둔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주둔 방식과 관련해 “미군 2사단을 한·미 연합사단으로 만드는 방안에 대한 초기 단계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군의 한강 이북 잔류와 한·미 연합사단 창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과도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해 미군 2사단의 평택 이전 계획을 취소하고 병력의 일부나 전부를 남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강 이북에 미군을 일부라도 남기게 되면 참여정부 때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겨 미군을 더는 ‘인계철선’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계획을 뒤집는 것이 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경기도 북부에 미군이 주둔하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전쟁 초기에 대응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 때 미군을 (자동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인계철선’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미군의 한강 이북 잔류 방식으로 2사단의 일부나 전부를 남겨 한·미 연합사단을 만드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기존의 인계철선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거나 아니면 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음으로써 그만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지난 7월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 때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계획대로 2015년에 전환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으나, 이날은 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는 “한국에서 60일간 근무하면서 더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갖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달성되는 것이다. 나는 전작권 전환 시기가 언제로 결정되든 필요한 일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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