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설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엔에스시) 사무처장 및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각각 외교부와 통일부 출신을 발탁하면서, 군 출신 일색이었던 청와대 안보라인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사무처 주요 인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사무실 등을 얻어 본격적인 출범 준비가 진행중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가 생긴 만큼 더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이 3일 엔에스시 사무처장에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을, 안보전략비서관에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발탁한 것은 무엇보다 안보라인에 군 출신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외에도 국가안보실 비서관급 3명 중 2명이 군 출신이어서 최근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군 출신이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외교부와 통일부 내부에서도 김 내정자와 천 내정자가 ‘균형추’ 구실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외교부에서는 김 내정자가 김장수 실장이 국방부 장관을 할 때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 내부 의사소통 구조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도 천 내정자의 비서관 발탁을 계기로 엔에스시의 한 축을 맡게 됐다는 안도감이 엿보인다. 천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각각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과 엔에스시 정책담당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국방부·외교부 등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앞으로 소통과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통일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안보라인 신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번 개편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엔에스시 상임위원장까지 겸하게 되면서, 오히려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김장수 왕실장 체제’로 더욱 굳어진 게 본질이라는 것이다. 실제 엔에스시 상임위에는 국가정보원 및 외교안보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인 김 실장이 다른 부처 장관에 비해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분야의 한 전직 장관은 “실무진 보강을 통해 균형을 갖췄다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얘기다. 대통령이나 안보실장이 통일·외교·안보를 유기적으로 다룰 능력이 있느냐가 핵심인데, 현재로선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교안보수석실, 국가안보실을 그냥 둔 상태에서 또 엔에스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석진환 최현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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