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는 1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기대는 통일대박론이 “사그라져가던 통일담론에 불을 지폈다”는 데 모아진다. 하지만 임 대표는 통일대박론이 자칫 북한붕괴 임박론이나 흡수통일론에 기댄 것이라면, 그것은 대박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평화 없이는 통일이 대박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따라서 현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산가족 상봉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이를 계기로 인도적 지원을 늘리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국제적으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남북한과 미.중의 4자 평화회담을 우리 정부가 주동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햇볕정책의 설계자’로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 등을 지내면서, 6·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몇 차례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파견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현재 한반도평화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인터뷰 김지석 논설위원
- ‘통일대박’이라는 표현은 박근혜 대통령 이전에 임동원 이사장님께서도 자주 쓰시던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의 통일대박론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사그라져가던 통일 담론에 불을 지피고, 통일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일깨워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대박이 될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무력통일은 남북 모두의 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흡수통일도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하겠습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흡수통일은 한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자 재앙이 될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경제협력을 비롯한 교류협력을 통한 점진적 평화통일입니다. 통일편익을 고려할 때 평화통일의 경제적 이득은 계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평화통일은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여 큰 고래(강대국)들 사이에서 덩치는 작지만 슬기로운 돌고래로서 안정자, 균형자의 역할도 하며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점진적 평화통일은 분명히 대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사실 박 대통령이 과정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대박론이 북한 체제 붕괴론, 흡수통일론 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붕괴임박론에 기초한 통일담론은 허구입니다. 평화 없이는 통일이 대박일 수 없습니다. 통일대박론이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한밤중에 갑자기 올 수 있다”라고 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둑통일론’을 닮은 정치적 수사로 끝나선 안 될 것입니다. 이 ‘도둑통일론’은 급변사태 임박론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의 북한 붕괴 임박론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동구 공산권이 붕괴되던 1990년대초였고, 두 번째가 김일성 주석 사망과 뒤이은 대자연재해로 많은 아사자와 탈북자가 발생한 1994~1996년경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된 2008~2009년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했습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가까운 장래에 반체제집단에 의한 정변이나 민중봉기에 의한 붕괴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혹시 체제가 붕괴된다 해도 흡수통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권이나 체제 붕괴가 국가붕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정권이 붕괴되어도 새 정권이 출현할 것이며, 아마도 친중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은 필요하지만 붕괴임박론은 통일정책, 대북정책의 전제로서는 비현실적입니다. 주권자인 북한주민이 통일을 선택 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정책이 필요합니다. 바로 독일통일이 이런 경우입니다.”
- 1990년 10월 이루어진 독일 통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흡수통일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 통일은 동독시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서독에 흡수당한 것이 아닙니다. 동독시민들은 호기를 포착하여 비폭력 시민혁명을 통해 공산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여기서 비폭력이 중요합니다. 만일 폭력적인 시민혁명이었다면 진압당하고 말았을 텐도 동독 시민들은 슬기로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독은 동독의 급변사태에 물리적 개입을 하지 않음으로써 시민혁명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동독시민들은 스스로 혼란을 수습하고 자유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새로 수립된 민주정부는 서독과 그리고 동서독이 힘을 합쳐 전승4개국과 ‘2+4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의한 통일’을 이룩한 것입니다.
동독 시민이 그런 결심을 하도록 한 것이 바로 서독의 동방정책(포용정책)입니다. 서독에서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20여년간 일관성 있는 동방정책을 통해 동독에 해마다 평균 32억달러 상당의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했습니다. ‘접촉을 통한 변화’ 정책을 추진하여 인적 왕래와 접촉,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분단으로 인한 양측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한편, 민족동질성 유지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해 나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동독시민이 의식변화를 이루고 동독시민들의 민심을 얻은 것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고, 불신과 대결의 냉전 반세기를 살아온 우리의 사정은 독일과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갈 길은 명백합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포용정책을 통해 화해하고,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등 교류협력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주권자인 북한 동포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 대만과 중국은 이미 교역 투자 통행 통신 등 교류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사실상 통일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실현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과 대만의 경우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인가요.
“중국과 대만은 법적인 통일은 안 되었지만 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만과 중국은 서로의 차이점은 제쳐두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에 기초하여 경제우선 실용주의로 최근 5~6년 사이에 양안관계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교역과 투자 등 경제협력 활성화로 양안 간에는 주당 30편으로 시작한 정기항공노선이 지금은 8백여편 운항되고 있으며, 왕래인원은 연 8백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편 전화 송금 등이 자유로우며 8만개의 대만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고, 중국에 상주하는 대만인이 2백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장기간 적대관계로 군사적 대결태세를 유지해온 공산당과 국민당 정부가 선민후관(先民後官) 선경후정(先經後政)으로 정경분리 원칙을 유지하며 이룩한 결과입니다.
우리도 햇볕정책을 처음 펼 때 이를 선이후난(先易後難), 선민후관(先民後官), 선경후정(先經後政), 선공후득(先供後得)과 같은 4자성어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선이후난은 쉬운 것을 먼저하고 어려운 것을 나중에 한다는 의미이며, 선민후관은 민간이 먼저 나서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 당국간 관계가 꽉 막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선경후정은 경제를 먼저 앞세운다는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이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물꼬를 튼 것이 대표적 사례죠. 선공후득은 먼저 주고 나중에 얻는다는 것입니다. 기브앤테이크입니다.“
- 10년동안 햇볕정책을 쓴 게 북한 주민 의식 바꾸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서로 적대의식이 수그러들고 민족공동체 의식이 함양되기 시작했지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상호신뢰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죠. 북한 주민들은 남조선은 미제의 식민지요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들 생각했으나, 비료와 식량 등을 지원 받고 남북의 왕래와 접촉이 심화되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 그런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것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안했을 뿐 아니라 뒤집기까지 했습니다. 서독은 매년 평균 32억 달러 상당을 동독에 지원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우리는 매년 평균 2억4천만달러어치의 식량, 비료, 의약품 등을 지원했습니다. 우리 국민 1인당 5달러 정도입니다. 그것 가지고 퍼주기라고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규모 여부를 떠나 퍼주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물자는 북에 갔지만, 돈은 대부분 남한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우리 농민들을 도왔고, 우리 기업, 비료회사와 의약품 회사 등에 간 것입니다.”
- 박근혜 정부는 통일시대를 준비한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주장한 점진적 평화통일론은 어떤 것인가요.
“평화와 통일은 남이 가져다주거나 어느날 갑자기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은 남북이 힘을 합쳐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통일시대를 교류 협력 신뢰 조성 등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통일 이전 단계에서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 개혁의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싼 노임을 활용하여 인프라 개선과 산업구조 조정 등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남북의 공동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첩경입니다. 교류 협력이야말로 대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입니다. ‘점진적 평화통일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노태우 대통령 때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마련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궤를 같이하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첫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 자주적으로 이룩해야 한다. 둘째, 평화적 통일은 갑자기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긴 과정이다. 셋째, 우선 고질적인 상호불신을 해소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협력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상호 신뢰를 다져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통일의 과정에서 당면하는 어려운 과제들을 남북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력기구인 남북연합을 설립 운영해야 한다. 이 단계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남과 북이 서로 오고 가고 돕고 나누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통일 지향적 평화체제를 확립하고 완전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중요”
- 지금과 같은 정전체제에서는 정부의 태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남북간 대화와 긴장이 반복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를 성취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전쟁상태인 군사정전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군사정전체제에 적대관계와 군비경쟁, 군사적 대결, 북핵 개발 등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 냉전 종식 후 지난 4반세기 동안 군사정전협정체제 하에서 관계개선 노력을 전개했습니다.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을 채택했고, 미북간의 관계 개선 모색 움직임으로서는 ‘미북 제네바기본합의’ ‘미북 공동코뮈니케’가 있었습니다. 비핵화 추진을 위한 노력으로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6자 9.19공동성명’과 ‘6자 2.13합의’ 등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다서다하며 안정과 위기가 반복됐습니다.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정전체제 하에서의 ‘선 관계개선 후 평화’라는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접근방법을 바꿀 때라고 생각합니다.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노력 없이는 군사적 대결과 군비경쟁,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인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합니다. 4자평화회담 틀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자 평화회담은 이미 6자회담과 10.4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것입니다. 4자평화회담에서는 군사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확립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합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 즉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요합니다. 평화협정은 공고한 평화를 보장할 실질적 조치들, 즉 관계정상화와 북핵 폐기, 정치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와 군비감축 등 ‘평화 만들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4자평화회담은 남과 북이 주도하지 않으면 성사되기도 어렵고, 성사되더라도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4자평화회담 개최를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합니다.
유럽(CSCE)의 경우 3년간의 협상을 통해 ‘헬싱키협약’(1975)을 마련하고, 이 협약에 따라 화해 협력과 군비통제를 추진한 15년간의 ‘데탕트 프로세스’를 거쳐 (핵문제는 분리) 마침내 냉전을 끝내고 유럽의 평화질서를 확립했습니다.”
- 현재의 정부 대북정책으로 볼 때 큰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밥상론’을 말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2005년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북핵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핵문제 해결방법으로 밥상론을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음식과 서양 음식 문화를 예로 들어 그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양음식은 먼저 스프가 나오고 샐러드가 나오고 메인디시가 나오고 디저트가 나옵니다. 단계적 접근이죠. 핵문제를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미국의 태도가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 사람은 한 밥상에 밥과 국 여러 가지 반찬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먹는다, 북핵문제 해결도 이렇게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것을 밥상론이라고 말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북핵문제는 미북관계 정상화, 남북관계 개선, 군비통제, 경제협력,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문제 등과 함께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 특히 북핵 문제가 대북정책 진전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핵문제와 연관시키는 한 남북관계는 전진할 수 없습니다. 핵문제는 몇 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인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관계정상화하고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관계정상화 의지가 중요합니다.”
- 늦어도 분단 100년이 되기 전에는 통일이 돼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습니다. 앞으로 30년 정도 남았습니다. 남북이 갈라져 있던 기간을 고려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생각하기엔 너무 길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합니다.
“분단 100년 이내 통일을 하자는 얘기는, 그 시점에서 완전한 국가통일을 이루자는 걸 의미하는 것입니다. 완전통일에 이르기 위해 3단계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화해와 교류협력으로 신뢰를 다져나가는 것이 1단계, 그리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늦어도 5-10년 내 2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해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며 서로 오고가고 돕고 나누는, 완전통일은 안 되었지만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완전통일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외교 분야의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하고, 빠를수록 좋지만 늦어도 30년 이내에는 3단계인 완전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연방제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남북연합은 통일을 준비하는 협력기구이지만, 연방제는 통일의 한 형태입니다. 중앙정부가 있고, 군대와 외교가 통합돼 있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등이 모두 1체제 연방국가입니다. 북한이 주장한 2체제 연방과는 다릅니다. 최종적인 통일의 형태를 중앙집권제로 하느냐 1체제 연방제로 하느냐 하는 것은 남북연합단계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 정부 1년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어떻게 보며, 남북관계에서 우선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나 자서전에서 포괄적 접근을 언급한 ‘밥상론’ 등을 보면서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박 대통령은 남남갈등을 해소하는데도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을 대결의 상대로 보고 굴복시키려 하기 보다는 강자의 입장에서 포용하고 자신감과 인내심을 갖고 남북관계를 잘 관리해 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계기로 인도적 지원 확대 그리고 금강산 관광 재개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5.24조치로 중단된 교역과 경협, 왕래와 교류, 관광 확대와 농업 산림분야 협력을 재개해야 합니다. 교류협력의 실천을 통해 상호신뢰를 다져나가는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10.4정상선언을 통해 합의한 40여가지 남북협력사업 중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해평화협력지대는 남북의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4자 평화회담 촉진 구실도 할 것이며, 합의에는 장기간이 걸리겠지만 남북 군비통제협상도 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유러시아 이니셔티브도 디엠지(DMZ) 평화공원 구상도 북한과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는 실현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 이산가족과 관련한 남북의 합의도 있었지만, 지금 정도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남국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서 정책전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대박론’의 내용이 채워지고 국민 지지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통일은 대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통일이 될 때 대박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반세기의 교훈을 중히 여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교훈은 첫째, 남북관계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대북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붕괴임박론이 아니라 점진적 변화론을 견지해야 하며 이에 따라 흡수통일론이 아니라 점진적 평화통일론에 기초하여, 압박과 제재의 대결정책이 아니라 화해 협력의 포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라는 2중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적극 설득하고 주장하고 슬기롭게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현상유지에 집착하는 미국의 정책에 계속 맹종하거나 외세 의존적 사고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셋째,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은 병행 추진해야 합니다. 미-북 관계개선을 통해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안보환경과 상호신뢰를 조성하며 평화를 보장해야할 것입니다.
넷째,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평화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과 북이 한 목소리를 내어 4자 평화회담 개최를 서둘러야 합니다.
다섯째,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경제협력을 활성화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해야 합니다. 교류 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조성하고, 평화공존을 통해 남북연합, 즉 사실상의 통일 상황 실현하여 늦어도 분단 100년이 되기 이전에 반드시 완전통일을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정리=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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