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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시장경제적 요소 대폭 수용…북은 스스로 변화중

등록 2014-02-18 20:33수정 2014-02-18 23:03

김정은, 세계적 추세 눈돌려
기업·협동농장에 권한 넘기고
국가재정 일원화·성과제 도입
2012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식 취임한 뒤 북쪽은 다양한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체제의 안정’과 ‘시대적 변화 수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부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한적이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경제적 요소’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세계적 추세’다. 이것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라는 구호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에 앞서 덩샤오핑 주도로 사상과 이념의 해방이 선행됐지만 북쪽에서는 여전히 그런 변화까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으로 강조되는 “눈은 세계를 보라”는 구호는 단순히 세계적인 것을 받아들인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 추세’에 따라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모든 분야의 변화를 이끄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특히 ‘새 세기 산업혁명’을 새로운 경제목표로 제시한 북한은 세계와의 교류 확대를 통해 첨단 과학 기술을 자체 개발 또는 도입하고,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경제구조를 완비하겠다는 구상을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우선 ‘내각책임제’를 강화해 국가재정의 단일화, 집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당과 군대로 분산돼 있던 재정과 무역회사 등을 가급적 내각으로 집중해 경제운영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독자적인 경영목표 입안과 전략 수립’을 위해 기업소, 협동농장 등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의 계획 범위를 축소하고, 그 권한을 대폭 기업과 협동농장, 각 도·시·군 인민위원회에 이양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평균주의적 분배’를 없애고, ‘일한 만큼, 번 만큼’ 차등분배하는 방식으로 분배구조를 바꿨다. 성과를 많이 낸 기업과 협동농장, 개인에게 더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기존 임금의 30~50배가 넘는 성과급을 받는 노동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협동농장에는 3~5명이 일정한 규모의 포전(논과 밭)을 맡아 경작하는 포전담당책임제가 도입됐다. 또한 시장가격에 준하는 수준으로 수매가격이 인상되고 분배 곡물의 자유로운 처분권도 농민에게 부여됐다.

북한은 지난해 5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경제특구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신의주~남포~해주로 이어지는 서해안벨트와 나선~청진~원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벨트가 유력한 경제특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 자본의 투자를 받아 평양에 대형 슈퍼마켓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이집트 오라스콤과 합작해 시작한 이동통신사업은 이미 250만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되는 성과를 냈다. 경의선 철도·도로 신설사업, 러시아 철도와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최근 북쪽을 방문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2000년 이후 1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폭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라고 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속에서 김정은시대 북한의 점진적 ‘개혁개방 정책’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쪽은 변화하고 있고, 또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압박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쪽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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