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통일대박론을 넘자
“통일에 대한 상상력이 경제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위원은 ‘대박’의 범위가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은 경제뿐 아니라 생태, 환경 등 미래가치가 고려돼야 하며 ‘세계에 던지는 새로운 가치’ 또한 고민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통일이 경제적으로 대박일 수 있다는 분석은 2009년 미국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가 펴낸 보고서 ‘통일 한국?-북한 위험에 대한 재평가’ 이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는 남북이 중국·홍콩 방식의 점진적 통일을 할 경우, 2050년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을 제치고 세계 10위의 국력을 가진 나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통일이 정말 대박이 되려면 경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속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승자독식의 논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통일과정에서 빈부격차 확대 등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발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남쪽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역과 계층, 성별 등의 갈등구조에 북쪽의 갈등구조까지 얽히면서 더욱 중첩적인 모순구조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북한 문제 전문가는 “통일과정에서 민족의 재구성 문제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민족 개념은 전통적인 ‘집체적 민족’에 매몰돼 있는 경향이 크며, 보수진영은 북쪽을 타자화하고 2등민족으로 여기는 담론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과 북이 좀더 느슨한 민족 개념으로 대등하게 만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택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는 “남쪽의 마을공동체 경험을 확산시킨다면 새로운 민족 개념 구성을 위한 소중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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