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한몫
퇴직뒤 민간단체서 통일운동
퇴직뒤 민간단체서 통일운동
‘통일한국 건설’에 한평생을 바쳐온 이봉조(사진) 전 통일부 차관이 15일 오후 3시2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0.
고인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인들에게 “통일된 한국을 만드는 데 힘을 더 보태지 못하고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로 통일에 대한 염원을 깊이 간직하고 살아왔다. 고인이 통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마산고 시절 ‘통일운동 동아리’였던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때 경험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중에 국토통일원(옛 통일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관료로서 그는 통일에 대한 열정과 유능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항상 동기들 중에서 선두에 서 있었다. 통일원 3년 선배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일은 치밀하게 처리해 처음 들어올 때부터 선배들로부터 장차관을 할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고인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일하면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 한몫을 담당했고, 그 공로로 2002년 6월 황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4년 통일부 차관에 이어 2007년 1월 통일연구원장으로 임명됐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통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민간의 통일 운동에 적극 참여한 그는 지난해 말 간암 판정을 받을 때까지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흥민통) 공동대표, 도산정책연구소장,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민경협) 이사장,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 등등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였던 ‘진심캠프’에서 국정자문단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정현숙 흥민통 사무처장은 “80년대 넉넉지 않던 공무원 월급에도 꼬박꼬박 수배당하거나 감옥에 간 후배들을 지원했다”며 “그런 애정 깊은 마음이 관료로서는 드물게 민간의 통일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 힘이었다”고 평가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인경씨와 아들 환혁, 진혁씨를 남겼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10시다. (02)3410-6914.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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