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관련 한·미·일 관계 구도
북-일 ‘스톡홀름 합의’ 배경·전망
일, 자국 이익 위해 이탈 가능
대북압박 이완될 가능성 커
중국도 제재동참 피할 명분 생겨
한국에 `‘기회의 창’ 될지 촉각
일, 자국 이익 위해 이탈 가능
대북압박 이완될 가능성 커
중국도 제재동참 피할 명분 생겨
한국에 `‘기회의 창’ 될지 촉각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를 뼈대로 하는 북한과 일본의 ‘스톡홀름 합의’로, ‘물샐틈없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3국의 북핵 전략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스톡홀름 합의’는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한·미·일 공조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국간 신뢰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불과 두달 전인 3월 말 한·미·일 정상들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모여 “북핵 위협 관련 인식을 공유하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일 간 신뢰를 약화시키고 공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북핵 문제에 미치는 북-일 협상의 가장 큰 후폭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나홀로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일 협의가 미국과의 조율 아래 이뤄지고 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사전에 조정해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에 일일이 허가를 받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내부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 계산’에 따라 언제든 독자 행보를 걸을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3국간 북핵 공조 전략의 각론들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미·일의 북핵 전략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3국간 빈틈없는 대북 제재, 둘째는 중국을 한·미·일 편으로 끌어들여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진정성 있는 북핵 관련 사전 조처를 취하고 협상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제재 문제와 관련해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대북 압박이 이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일본은 인적 왕래 규제나 송금 및 휴대 금액과 관련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일본의 독자 제재 부분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북-일 관계는 북한과 일본의 인적인 교류가 아니고 총련 사람들이 북한을 오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막혀 있던 총련 쪽의 대북 왕래를 통한 투자나 송금이 해제되는 것만으로도 북한 입장에선 상당한 실익을 챙기는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속내는 좀더 복잡할 수 있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와 지역 패권을 놓고 일본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북-일 관계의 진전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한정해서 보면 중국으로서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국제적인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한-미-일의 거센 압박을 피해 나갈 명분도 생겼고, 북한을 빌미로 한 한-미-일의 군사공조를 견제하는 논리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북-일 합의를 놓고 “지역 평화 안정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3국 공조의 균열이 한국 입장에선 북핵 문제를 주도할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대북 정책 및 국내 대북 강경파들의 입장과 연동돼 있어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용인 김외현 기자, 도쿄 베이징/길윤형 성연철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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