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정책 총괄 김양건 “박 대통령 결단” 촉구
북한의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우리는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24 조치 해제를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28일 신한대 부설 한민족평화통일연구소(이사장 이종찬) 강연에서 밝혔다.
김양건 비서는 지난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개성공단에서 김홍업 전 의원 등에게 추모 화환과 글을 전달한 뒤 임 전 장관 등과 한 시간 동안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김 비서는 “지금은 수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천이 중요한 때다. 최고 지도자의 실천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김 비서는 “남북의 지도자들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하는데 접촉과 교류협력 등 모든 것이 중단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환경 협력과 비무장지대 평화공원도 좋지만 먼저 중단된 접촉과 교류협력을 재개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이 ‘남북고위급 접촉을 왜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묻자, 김 비서는 “핵문제 진전 등 북쪽이 수용할 수 없는 전제조건을 남쪽이 자꾸 내세우고, 한-미 군사훈련을 앞둔 시기에 남북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비서는 “우리는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신년사에서 명백히 밝혔고 국방위원회 성명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비서는 “당 중앙에 접촉과 대화 문제를 보고해 놓았다”고 했는데, 임 전 장관은 이를 “최고 지도자에게 (남북대화 재개를) 건의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김 비서와의 대화 내용을 ‘접촉 결과 보고서’ 등으로 자세히 작성해 통일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비서는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쪽 조문단장인 김기남 비서와 서울을 방문한 일이 있으며, 2003년 숨진 김용순 비서의 뒤를 이어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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