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자들 “미 정부 적극 나서주길”
백악관 “대북 정책 변화없어
비핵화 약속준수 보여줘야”
사일러 6자특사 오늘 부임
백악관 “대북 정책 변화없어
비핵화 약속준수 보여줘야”
사일러 6자특사 오늘 부임
북한이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등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이 <시엔엔>(CNN) 방송과 인터뷰를 하도록 허용했다. 이들 억류자의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려는 조처로 보여,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시엔엔>은 1일 평양의 한 호텔에서 배씨와 매슈 밀러, 제프리 파울 등 3명을 각각 5분씩 단독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억류자들은 인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과 함께 특사 파견을 통해 석방 협상에 나서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배씨는 체제 전복 기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밀러와 파울은 호텔에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배씨는 인터뷰에서 “1주일에 6일 동안 하루 8시간씩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며 “교도관을 포함해 북한 관리 15~20명가량이 감시를 하고 있지만, 인도적으로 대우를 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몸 상태가 나빠져 몸무게가 7㎏가량 줄었다.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특사 파견 등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밀러는 “미국 정부가 강력한 시민 보호 정책을 펴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나는 곧 재판을 받을 예정이고 이 인터뷰가 내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취재진이 점심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북한 당국 쪽이 고위 인사와 면담이 잡혔다고 통보해 서둘러 가보니, 이들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이번 조처는 미국 내 여론을 조성해 미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의 석방을 놓고 북-미 간 견해차가 매우 커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쪽은 이들의 석방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미국 쪽은 억류자 석방은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와 연계될 수 없다는 태도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31일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최근 북-미 비밀접촉설이 나도는 등 관계 개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패트릭 벤트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미국 관리들의 최근 방북 여부에 관한 <한겨레>의 질의에 “그에 대해선 말할 게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원칙은 동일하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할 만한 협상이 이뤄지기 전에 북한은 비핵화에 관해 진지하며 자신의 약속을 준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트렐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연설에서 “북한이 신뢰할 만하고, 핵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면, 우리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무기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들을 계속 가동하며 대화를 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 이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는 뉴욕 북한대표부를 포함해 직접적 의사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간 외교채널인 ‘뉴욕 채널’을 활성화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이후 공석이었던 6자회담 특사 자리에는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2일 새로 부임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