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 전단 풍선을 날리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 ‘표현의 자유’ 내세우지만
“남북 총격 주고받는 상황 치달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지적
노동신문 ‘고위급접촉 무산’ 흘려
김무성 “삐라 살포 자제를” 요청
“남북 총격 주고받는 상황 치달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지적
노동신문 ‘고위급접촉 무산’ 흘려
김무성 “삐라 살포 자제를” 요청
북한이 지난 10일 경기 연천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대북전단 풍선에 총격을 가하고 이에 군이 대응사격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삐라 문제’가 남북관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 김무성 “삐라 자제를”
북한은 12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2차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을 흘리며 크게 반발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남관계가 파국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예정된 제2차 북남(남북) 고위급 접촉도 물거품으로 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비난했다. 다만 “앞으로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향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해서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면 우리 국민의 손해이므로 가능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남북 간에 교류, 협력, 대화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최근 벌어진 대북 현안과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 표현의 자유 및 실효성 논란
정부는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며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북한이 총격을 가한 지난 10일에도 전단살포 단체에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며 자제를 요청했을 뿐 막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자칫 남북간 교전사태 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민감성을 무시한 편의적 발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간 국지전이 발생한다면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불안은 더 커지고 남북관계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경색된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이산가족상봉도 더는 추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규제를 촉구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냐를 두고도 반론이 있다. 무엇보다 남북이 총격을 주고받은 상황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준으로 통용돼온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은 사례도 있다. 2012년 10월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은 정부의 전단 살포 불허 방침에 따라 임진각 진입로 2곳을 전면 통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국민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해당 주민의 반발과 북한의 실제 도발 가능성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2008년 11월에도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 통일부 차관 주재로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관련 단체들에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탈북자 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등 북한 민주화 등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는 언론을 통해 “효과는 탈북자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2만5000명의 탈북자가 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 자체가 전단의 효과를 방증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북에서는 전단 문제가 공안사범이기 때문에 확산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대북전단 살포로 희생되는 남북관계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과거 탈북자 단체가 임수경 의원과 조명철 의원 사진을 대북전단에 담아 보내 ‘남한은 탈북자나 월북인사도 의원이 되는 관대한 사회’라는 점을 알리려 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1989년 임 의원의 평양 방문 때 자유로운 행동이나 복장이 북한 주민을 엄청 놀라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삐라보다는 임 의원 등을 평양에 보낼 수 있도록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게 북한 사회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외현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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