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5·24문제 당국 대화로 풀어야
‘전쟁중에도 대화’란 말 있듯이”
‘삐라 총격’에도 관계개선 의지
대북전단·한미안보협의회의 등
고위급접촉까지 ‘살얼음판’ 예고
“5·24문제 당국 대화로 풀어야
‘전쟁중에도 대화’란 말 있듯이”
‘삐라 총격’에도 관계개선 의지
대북전단·한미안보협의회의 등
고위급접촉까지 ‘살얼음판’ 예고
박근혜 대통령이 5·24조치를 남북간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13일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5·24조치 해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대북전단 총격 사건으로 가라앉은 남북대화 분위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핫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5·24조치 해제 문제를 남북대화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지난 8일 국회 답변 발언을 국정 최고책임자가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금껏 언급을 꺼려했던 5·24조치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고도 했다. ‘전쟁 중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통상 대화론자들의 격언이다. 그동안 밝혀온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말보다 좀더 대화에 의지를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대화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북전단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나서 살포 제한 조처를 취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필요할 경우 안전조처를 취할 방침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집권 2년차 후반기를 맞아 이번 기회를 넘기면 남북관계에서 더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도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도 고려된 것 같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나친 낙관론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내보였다. 박 대통령은 최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일행의 방남과 남북간 총격 사건을 함께 거론하며 “남북관계는 늘 이렇게 이중적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남북관계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어떻게든 살려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면서 동시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북한 쪽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이다. 북쪽은 지난 12일 발표한 ‘고위급 접촉 북쪽 대표단 대변인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더 강한 ‘물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도 2차 고위급 접촉 일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도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이 엄중한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유연성을 보여줬다. 남북이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남북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견해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칙적인 수준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전된 메시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평가한다고 해도, 실제 10월 말~11월 초 예정된 고위급 접촉까진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우선 북쪽이 ‘전단 풍선을 총으로 쏴 떨어뜨리겠다’는 이른바 ‘기구 소멸 작전’을 통보했음에도 탈북자 단체들은 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정부가 전면 단속을 하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남북간 총격으로 다시 비화할 수 있는 것이다.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나 미사일방어시스템 등이 논의될 경우 북쪽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당분간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병수 선임기자, 석진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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