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접촉 과정 일방공개
‘실패는 남한탓’ 돌려
향후 주도권 잡기 의도인 듯
‘실패는 남한탓’ 돌려
향후 주도권 잡기 의도인 듯
북한이 15일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의 실패 원인을 남한 탓으로 돌리며, 2차 고위급 접촉 개최가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한과의 군사 접촉 과정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서, 남한 당국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의 판을 깨려 하기보다는 향후 남북 접촉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부당한 처사의 진상을 밝힌다’라는 제목의 ‘공개보도’를 통해 이번 남북 접촉이 이뤄지게 된 경위와 논의 내용 등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남한 당국을 압박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것이어서,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30일에 열자고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성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군사 당국자 접촉을 제안한 이유와 관련해 서해상에서 함정 간 총격과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총격을 거론하며 “이러한 사태 조성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데 우리 제안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상호 총격 직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각서’를 보내 “귀하와의 긴급 단독접촉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청와대의 소극적인 태도로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3차례나 전통문을 보내 회담 수용을 촉구했다며 “(청와대의 무성의한 입장에) 이미 합의한 고위급 접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입장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5일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는 △서로 서해상의 예민한 수역과 선을 넘지 말 것 △고의적 적대행위가 아닌 한 ‘선불질’ 금지 △적대적 교전수칙 완화 등을 제안했으며, “남한 대표단은 논의 자체를 회피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제2차 고위급 접촉이 위태롭다고 하면서도 접촉 무산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북한이 남쪽의 태도를 비난하면서도 남북대화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서 비난하는 태도를 보여 약간 당황스럽다”며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앞으로 남북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이번 ‘공개보도’에서 자신들이 보낸 전통문 내용은 통째로 공개했으나 남한이 보낸 전통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남조선실권자’라는 표현을 쓰는 등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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