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A(왼쪽)와 글로벌호크 / 한겨레 자료 사진
1970년대까지 미 군사지원 받아
무기체제 미국의존에 길들여져
유상으로 넘어가며 자연스레 ‘봉’
작은 일탈도 눈치…FX사업이 대표
무기체제 미국의존에 길들여져
유상으로 넘어가며 자연스레 ‘봉’
작은 일탈도 눈치…FX사업이 대표
한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줄기차게 미국산 무기를 들여와 안보체계를 구축했다. 냉전과 분단 현실 속에서 한-미 동맹은 한국 국방의 대미 의존도를 꾸준히 높여왔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지난 3월 발표한 ‘2013 국제무기거래 경향’을 보면, 한국은 세계 8대 무기수입국이다. 특이하게도 미국산 비중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국 의존도’가 높다. 한 나라에 거래가 집중되는 순위로는, 무기 수입 10위인 알제리(러시아산 91%)보다 낮을 뿐, 1위 인도(러시아산 75%)나 7위 오스트레일리아(미국산 76%) 등 10위권 나라 모두를 제쳤다.
미국산 무기만 놓고 보면, 한국이 미국 무기 거래의 ‘큰손’이란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5년(2009~2013년) 동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약 38억2400만달러(약 4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해, 오스트레일리아(38억2500만달러)에 이어 미국 무기의 2대 수입국이다. 한국이 같은 기간 미국에 지불한 대금은 미국의 전체 무기 판매 수익의 9.78% 수준으로 영국(3.77%), 일본(3.76%), 대만(3.3%), 캐나다(2.4%) 등 미국의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많았다.
이미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은데도 계속해서 미국 무기에 돈을 가장 많이 들이며 의존도를 높이는 ‘재생산 구조’의 배경은, 군사적으로 절대 우위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탓이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군사동맹 관계, 특히 한-미 동맹처럼 한쪽의 전력 의존도가 높은 ‘비대칭 동맹’에선 상호운영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사력이 월등한 미국 쪽에 무기체계와 그에 기반한 훈련체계를 일치시켜 동맹의 전투력을 극대화한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 분단·대치 상태로 냉전을 거쳐오면서 ‘미국 의존’이 서서히 오랫동안 완성됐다. 1970년대까지 미국은 한국에 군사지원(MAP) 형태로 무기를 제공했다. 미국의 전세계 무기 무상원조 가운데 한국의 점유율은 1950년대 4.2%, 60년대 12.6%, 70년대 13.5%에 이르러, 베트남·대만과 더불어 최대 규모였다. 소련과 북한의 코앞에서 북한과 맞서고 있던 한국은 냉전 시기 동북아의 ‘최전선’이었기 때문에, 체제 우위를 도모하는 미국의 지원은 당연했다.
그러나 미국이 막대한 전쟁비용을 쏟아부었던 베트남전쟁 이후로는 무기 지원이 무상에서 유상으로 넘어가 대외군사판매(FMS, 정부가 판매) 비중이 늘었다. 1971년부터 미국에서 들여온 대외군사판매 차관은 한국이 미국 돈을 빌려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 식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엔 상업무기(CS, 군수산업체 판매) 거래가 늘기도 했다. 미 군축국 자료를 보면, 1980년대 후반 한국은 미국 무기 수입 8위, 1990년대 중반엔 6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미국산 무기의 ‘우수 고객’이었다. 그만큼 한국군은 미국 무기에 길들여졌다.
이처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미국 무기를 통한 안보를 구축한 이상,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벗어나려는 듯한 시도는 무산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정부나 군산복합체의 로비도 횡행한다. 미국 보잉의 F-15K와 프랑스 다소의 라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등 기종이 경쟁했던 2000년대 초반 1차 차기전투기(FX)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라팔이 더 우수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종적으로 F-15K가 선정되자, 미국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대두됐다.
올해 안에 국방부가 기종 선정 및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인 공중급유기 선정에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1·2차 에프엑스 사업에서 미국 보잉의 F-15K, 3차 에프엑스 사업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최종 선택한 한국이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보잉 쪽은 이번에도 ‘상호운영성’을 장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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