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연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와 한미연합사 서울 잔류 등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역내 안보환경’ 포함 평가 주관적
일러야 2020년대 중반 돼야 ‘재론’
KAMD등 첨단무기 도입에 17조원
군비 경쟁에 국제분쟁 휘말릴수도
한·미 국방장관이 23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합의함에 따라, 언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지는 유동적인 사안이 됐다. 조건들이 포괄적인데다, 평가기준 자체가 상황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공동 코뮈니케 말고도 비공개 대외비 문서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한·미는 향후 이 양해각서에 기초해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을 명시한 문서인 ‘전략동맹 2015’를 대체할 문건을 내년 한-미 안보협의회의 전까지 작성할 계획이다. 이날 서명한 양해각서에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와 미국의 보완 및 지속능력 제공 △국지도발과 전면전 때 초기 단계 북한 핵·미사일 대비 한국군의 필수대응능력 구비와 미국의 확장 억제 수단과 전략자산의 제공 및 운용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세가지 사안이 좀더 구체적으로 명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 가운데 첫번째 언급된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는 새로운 게 아니다. 앞서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때 이미 합의된 사안이어서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반면 두번째 조건인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은 2020년대 중반 구축을 목표로 추진중인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뜻한다. 2020년대 중반이 사실상 전작권 전환의 목표 시기나 다름없다고 국방부가 밝힌 배경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군사위성, 글로벌 호크, 타우루스 공대지 미사일, 천궁 미사일 개량사업(M-SAM) 등 관련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2020년대 중반까지 17조원의 예산이 배정될 예정이며 올해도 1조1771억원이 투입됐다”며 “이때가 곧 조건을 충족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가 계획대로 구축되더라도 한·미가 전작권 전환의 또다른 조건으로 합의한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변수로 남는다. 안보환경이 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되느냐의 판단은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데다 한국군의 역량과 무관하게 전개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안보환경과 관련해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꾸준히 추구할 경우 역시 전작권 전환은 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남북간에는 군비경쟁의 악순환만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포함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전반적으로 조건들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언제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역내 안보환경’이 포함된 것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미국이 센카쿠 열도나 스프래틀리 군도 등을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중국 견제에 나설 경우 한국이 전작권을 되찾아오지 않은 것이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를 통해 전작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분쟁에 휩쓸려 들어갈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전작권 전환은 우리가 외부 함정에 끌려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자는 것”이라며 “한반도가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을 때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병수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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