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물질 ‘형상 변경’ 허용 검토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동연구에 대한 추가 합의과정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전단계로 볼 수 있는 핵물질의 ‘형상 변경’을 적절한 시점에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한 사용후 핵연료의 형상 변경 및 재처리가 우리나라에 허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형상 변경은 사용후 핵연료의 형태와 내용을 변경해 재처리가 쉽도록 하는 공정이다.
미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핵물질과 관련한 한-미 합의’ 문서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 7월19일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5개항의 합의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같은달 22일 이를 수용했다. 미국이 요구한 5개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이프가드(안전조처) 준수 △평화적 이용 △기술의 물리적 보호 △제3자에 기술 재이전 금지 △재처리 및 형상 변경 관련 조항이다. 이 문서는 두 나라가 2010년부터 10년간 진행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의 기술·경제적 측면 및 비확산성 공동연구와 관련해 핵물질 사용 조건을 규정한 것이다.
특히, 미국은 마지막 조항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관련 장비는 연구·개발 용도로만 사용되고, 양국의 합의가 없는 한 어떤 핵물질도 형상 변경이나 재처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일정 시점에 핵물질의 형상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적절한 시점에서 형상 변경에 대한 동의 문제를 재검토한다는 데 합의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어 “양국이 합의할 경우 특정시설에서 재처리와 형상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형상 변경에 강하게 반대해온 미국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재처리와 형상 변경을 미국의 ‘사전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공동연구를 맡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실제 사용후 핵연료는 아니지만 특성이 비슷한 물질을 이용해 모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증 실험은 미국 쪽에 위탁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연말을 목표로 진행 중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연구·개발 분야에서 사용후 핵연료의 형상 변경과 재처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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