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용인 3군사령부 군사법정 모습.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공판은 개정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34분에 시작되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토요판] 커버스토리
윤 일병 사건 선고 45년형의 이면…군 사법제도 개혁 어디까지
윤 일병 사건 선고 45년형의 이면…군 사법제도 개혁 어디까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이후 군의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군 내 인권보호 문제가 불거지면서 군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고 국방부도 나름 개혁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군 사법제도 개혁에서 가장 큰 쟁점은 군 검찰과 군사법원 등 군 사법당국의 독립성 보장 문제다. 군은 그동안 전투를 대비하는 조직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군 사법체제의 독립성보다는 지휘관의 효율적인 지휘권 보장, 군사기밀 보호 등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다 보니 군 사법체제가 민주적 절차나 투명성이 결여된 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군 인권보호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현행 군사법 체계를 보면, 야전부대 사단장 이상 지휘관은 1차 수사기관 격인 헌병대(경찰)와 군 검찰부(검찰)는 물론 사법기관인 군사법원까지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지휘관은 우선 일상적으로 소속 부대의 헌병대와 검찰을 모두 지휘·감독한다. 따라서 군 검찰이 독립적으로 헌병대의 수사를 지휘·감독하기 어렵다. 민간 형법체계에서는 당연한 검경 수사기관 간의 견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개추위
2005년 확인조치권 제한 등
논란 끝에 개혁안 내놨지만
입법화되지 못한 채 사장 국회에는 군사법개혁 관련한
의원 입법안 이미 9건 제출돼
이상민 의원이 낸 법안엔
“군사법원 폐지” 파격 담겨 또 지휘관은 ‘관할관’ 자격으로 사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된 보통군사법원의 행정사무를 관장하고, 재판관(군판사·심판관) 지정권과 판결에 대한 확인조치권(감경권)도 행사한다. 군 지휘관이 경찰과 검찰, 법원을 모두 관할하며 절대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어서, 군 인권보호를 위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법관이 아닌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을 관장하게 하는 ‘심판관 제도’나 법관이 선고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확인조치권 제도’에 대해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돼왔다. 군 사법제도 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당시 오랜 논란 끝에 2005년 지휘관의 확인조치권 제한, 심판관 제도 폐지, 군 검찰부와 군사법원의 독립 등을 담은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사개추위의 개혁안은 입법화되지 못한 채 사장됐다. 사개추위가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률안이 여야간 이견으로 처리되지 못하다가 2008년 5월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군 사법제도 개혁 목소리가 대략 10년 만에 다시 제기되었다. 올해 들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 군 내 인권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군 사법제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군사법 개혁과 관련해 의원 입법안이 이미 9건 제출돼 있다. 내용은 주로 논란이 돼온 심판관 제도 폐지와 확인조치권 제한, 군사법원의 독립 등이지만,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의 입법안은 군사법원 폐지와 같은 파격도 담고 있다. 군은 애초 군 사법제도 개혁에 미온적이었다. 국방부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군 내 폭력 예방과 군 인권보호 방안 마련을 위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할 때도 “군 사법제도 개혁 문제는 병영문화혁신위의 의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병영문화혁신위에서도 일부 참여 인사들이 “사법제도 개혁 없이 군 인권보호는 어렵다”며 개혁안 마련에 나서면서, 국방부의 분위기도 “개혁 요구를 마냥 무시하긴 어렵게 됐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 대부분이 사법 개혁을 주문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사가 된 사안인 만큼 군도 더 피해가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법 개혁과 관련해 육해공군 등 각 군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올 연말 병영문화혁신위가 내놓을 개혁안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 군의 기본 입장을 정리한 뒤 국회 논의 과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9개 법안이 다 같이 군 사법제도를 다루는 만큼 병합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법사위가 11월 중순이나 말 이후 본격 심의를 할 때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정부안을 내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2005년 확인조치권 제한 등
논란 끝에 개혁안 내놨지만
입법화되지 못한 채 사장 국회에는 군사법개혁 관련한
의원 입법안 이미 9건 제출돼
이상민 의원이 낸 법안엔
“군사법원 폐지” 파격 담겨 또 지휘관은 ‘관할관’ 자격으로 사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된 보통군사법원의 행정사무를 관장하고, 재판관(군판사·심판관) 지정권과 판결에 대한 확인조치권(감경권)도 행사한다. 군 지휘관이 경찰과 검찰, 법원을 모두 관할하며 절대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어서, 군 인권보호를 위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법관이 아닌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을 관장하게 하는 ‘심판관 제도’나 법관이 선고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확인조치권 제도’에 대해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돼왔다. 군 사법제도 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당시 오랜 논란 끝에 2005년 지휘관의 확인조치권 제한, 심판관 제도 폐지, 군 검찰부와 군사법원의 독립 등을 담은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사개추위의 개혁안은 입법화되지 못한 채 사장됐다. 사개추위가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률안이 여야간 이견으로 처리되지 못하다가 2008년 5월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군 사법제도 개혁 목소리가 대략 10년 만에 다시 제기되었다. 올해 들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 군 내 인권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군 사법제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군사법 개혁과 관련해 의원 입법안이 이미 9건 제출돼 있다. 내용은 주로 논란이 돼온 심판관 제도 폐지와 확인조치권 제한, 군사법원의 독립 등이지만,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의 입법안은 군사법원 폐지와 같은 파격도 담고 있다. 군은 애초 군 사법제도 개혁에 미온적이었다. 국방부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군 내 폭력 예방과 군 인권보호 방안 마련을 위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할 때도 “군 사법제도 개혁 문제는 병영문화혁신위의 의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병영문화혁신위에서도 일부 참여 인사들이 “사법제도 개혁 없이 군 인권보호는 어렵다”며 개혁안 마련에 나서면서, 국방부의 분위기도 “개혁 요구를 마냥 무시하긴 어렵게 됐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 대부분이 사법 개혁을 주문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사가 된 사안인 만큼 군도 더 피해가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법 개혁과 관련해 육해공군 등 각 군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올 연말 병영문화혁신위가 내놓을 개혁안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 군의 기본 입장을 정리한 뒤 국회 논의 과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9개 법안이 다 같이 군 사법제도를 다루는 만큼 병합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법사위가 11월 중순이나 말 이후 본격 심의를 할 때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정부안을 내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