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금녀의 벽’ 또 하나 깨져
“최고의 특전요원에 도전할것”
“최고의 특전요원에 도전할것”
1000리(400㎞) 행군은 특전사 정예요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다. 한숨 자지 않고 7일 밤낮 험준한 산악과 황량한 들판을 ‘논스톱으로’ 완주해야 한다. 극한의 인내와 신체 능력을 요구하는 이 지옥훈련의 관문을 사상 처음으로 5명의 여성 특전 하사(사진)가 돌파했다. 군 내 ‘금녀의 벽’이 또 하나 무너졌다.
육군은 30일 “최근 무박 7일 동안 진행된 특전사 천리행군을 120여명이 통과했다”며 “여군 하사 5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특전사 천리행군에 여군이 공식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공수여단 신예슬·민주원 하사, 3공수여단 김시온·김홍지 하사, 9공수여단 고다은 하사가 주인공들이다. 육군 관계자는 “천리행군은 4~5일차에 접어들면 가수면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내디디고, 6일차 이후에는 정신을 놓게 된다”며 “이번 훈련에 참여한 신참 여군 하사 5명은 모두 이를 이겨내고 정예 특전요원 자격을 쟁취했다”고 말했다.
5인의 여전사들은 한계를 넘어선 이번 경험을 토대로 최고의 특전요원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예슬 하사는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자라는 각오 하나로 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시온 하사는 “무릎 통증이 심해져 고비가 있었지만 함께하는 동기들이 있어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다은 하사는 “특전사의 일원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민주원 하사는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이겨내 최고의 특전요원으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홍지 하사도 “체력과 정신력을 겸비해 어떠한 임무도 완수할 수 있는 최고의 특전 여군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전인범 특전사령관은 “특전사 여군이 천리행군을 완주할 정도의 의지와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제부터 남성 군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들의 새 도전을 부추겼다. 특전사는 최근 여군을 고려해 부대를 대표하는 군가인 ‘검은 베레모’ 가사 중 ‘사나이’라는 표현을 모두 ‘전사들’로 바꾼 바 있다.
손원제 기자, 연합뉴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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