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조선대에서 지난 11월29일 열린 제1회 세계 통일인문학대회에서 정진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가 ‘경제 성장 제일주의와 ‘일하면서 싸우는’ 국민의 탄생’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전현철 팀장 제공
한·중·일 4개 대학 합동 제1회 세계 통일인문학대회
지난 11월29일 일본 도쿄도 북쪽 고다이라시에 위치한 재일 조선대학교 강당. 북과 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해외 대학인 조선대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의 국제무대 등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이날 국제 학술회의 제목은 ‘2014 통일인문학 세계포럼’. 남한의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과 재일 조선대의 조선문제연구센터, 중국 연변대의 민족학연구소, 일본 리쓰메이칸대의 코리아연구센터 등 4개 대학 연구소가 ‘통일인문학’이라는 개념으로 연 ‘제1회 세계학술대회’이다. ‘동북아시아에서의 우리 민족 정체성의 계승과 변용’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는 일본 각지에서 200명이 넘는 청중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동안 정치, 군사, 그리고 경제 문제 등을 중심에 놓았던 통일담론과 달리, 인문학적 시각으로 통일 문제를 다룬다는 새로움이 학자와 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끈 것이다.
통일인문학에 대한 이런 높은 관심의 배경에는 ‘기존 통일담론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통일인문학 주창자들의 주장이다. 핵심은 “기존 통일담론들에서는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문제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을 주도한 체제는 우월
그렇지 못하면 열등한 존재
인간은 동질화 대상으로만 봐
중·일 해외동포는 제3자 소외 “남·북, 800만 해외동포 포함
서로의 문화적 차이 이해하고
새 공통성 찾을때 진정한 통합”
내년 연변서 ‘2회 대회’ 열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통일담론은 자본주의식으로 통일할 것인지 아닌지, 단일 국가로 통일할 것인지 아니면 연방을 구성할 것인지 등등 대부분 체제나 제도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런 기성의 통일담론들은 대부분 남북의 정부 등 각각 다른 체제나 제도를 지닌 대립하는 국가를 통일의 주체로 삼고 있다. 체제나 제도를 중심으로 한 이런 통일담론들에서 인간은 통일 뒤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화돼야 할 대상’으로 규정될 뿐이다. 이 경우 통일을 주도하는 체제의 주민들은 우월한 존재로 인식되며,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열등한 존재가 된다. 열등한 이들은 통일 뒤 우월한 이들을 기준으로 동질화될 것을 강요받는다. 통일인문학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를 ‘커다란 폭력’으로 판단한다. 독일 통일 사례가 잘 보여주듯이, 그 결과 통일 뒤에도 민족의 화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는 국가들 간의 갈등은 격화된다. 경쟁과 갈등이 거세짐으로써 불통 상태가 강화되고 통일은 오히려 지체된다. 그 속에서 주민들은 각각 ‘민족’ 공동체로부터 이질화하고 파편화한다. 이렇게 민족의 이질화가 심화되면, 행위주체인 국가들 간의 불통은 더욱 심해진다. 국가들은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민족의 이질화가 심화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통일인문학’은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와 체제보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중심으로 통일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통일인문학’ 개념을 처음 제시한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은 “통일인문학은 한마디로 말해 정치·경제적인 체제통합을 추구하는 사회과학적 통일담론을 넘어서 가치·정서·생활상의 공통성을 창출하는, 통일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고 말한다. 김 단장은 현재 남북한 주민과 해외동포들이 ‘호모 사케르’가 돼 있는 부분에 주목한다. 호모 사케르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제시한 개념으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벌거벗은 생명’을 뜻한다. 분단이 지속되고 ‘인간이 배제된 통일담론’이 주류가 되면서 대다수 우리 민족의 구성원들이 “이 사회에 있지만 이 사회 밖에 있는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해외동포들을 보자. 그동안 남북 정부는 적대적 체제 경쟁 속에서 이들을 ‘우리’의 범주 밖에 세워놓은 제3자로 소외시켰다. 그 결과 재외동포는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자신의 잘못 없이 나라가 주권을 잃으면서, 그리고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으면서, 버려지고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70년 가까이 지속된 분단 속에서 배태되고 강화된 이질성 탓에, 세계 각지에 흩어진 동포들뿐만 아니라 한반도까지 포함해 “모두가 모두를 소외시켜버리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김성민 단장은 “우리가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민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단장은 이때 ‘새로운 민족’이란 옛날 ‘단군 민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민족 정체성을 하나의 공통분모로 수렴되는 지점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 그리고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처한 독특한 문화적 차이들의 접속과 공명, 연대의 지점에서 새롭게 성찰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런 새로운 공통성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소통’이며, ‘타자성의 이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소통과 타자성의 이해를 통해 새로운 공통성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은 ‘호모 사케르’화한 우리 민족을 ‘치유’하는 과정이며, 그런 치유를 거친 뒤에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런 통일인문학 개념의 체계화를 위해 2009년 인문한국(HK)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현재 12명의 교수진 등으로 통일인문학연구단을 꾸려 가고 있다. 지금까지 30여회의 국내·국제 심포지엄과 40여회의 컬로퀴엄(집담회)을 열고, 약 60여종의 연구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지난 9월부터는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건국대학교 대학원 내에 협동과정 통일인문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런 통일인문학 개념은 ‘제1회 세계통일인문학대회’를 함께 주최한 대학들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간다. 해외동포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정체성 위기가 한반도 내에 살고 있는 남북 주민들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12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과 한차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이번 세계대회의 씨앗을 마련한 재일 조선대의 장병태 학장은 통일인문학의 개념이 매우 “실감적”이라고 평가했다. 장 학장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민족 주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이어갈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뒤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그런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강성은 재일 조선대 부학장은 통일인문학개념이 6·15와 10·4 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학장은 “2000년 6·15 공동선언 나왔을 때 그를 위한 실천위원회들이 나왔다”며 “거기에는 민중들도 통일을 주도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강 부학장은 “통일인문학은 바로 그 정신에 딱 맞는 것”이라며 “그것은 정부 차원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모두 함께 통일의 길로 간다는 6·15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부학장은 그 한 예로 6·15 이후 남북 교류가 몇번의 일시적인 단절 사태를 맞았지만, 결코 중단되지 않은 것은 민간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은 부학장은 세계통일인문학대회 등을 통해 다른 지역도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도 재일동포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 부학장은 “재일동포들의 현 상황은 날카롭고 심각하고 아프다”면서도 세계통일인문학대회 등을 통해 “연변 동포들이 사시는 부분을 보면서 우리도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고 밝힌다. 강 부학장은 “그렇게 서로서로 경험을 나누고 눈물을 같이 쏟아내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명철 연변대 민족학연구소장은 통일인문학이 800만 해외동포들도 통일의 주체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동포들로부터 환영받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해외동포들까지 포함해 민족의 새로운 공통성을 찾으면 공통성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차이에 대한 관용도 넓어진다”고 진단했다. 허 소장은 그런 관용의 확대가 민족 구성원들을 소외시키는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가쓰무라 마코토 센터장도 인문학의 분단 트라우마 치유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제1회 세계통일인문학대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리쓰메이칸대학이 위치한 교토 지역은 재일동포들의 주요한 집단거주지 중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한국의 근현대사,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함께 재일동포들의 인권문제를 주요한 연구과제로 다뤄오고 있다.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 역시 재일동포 인권문제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가쓰무라 센터장은 “인문학을 통해 분단 트라우마를 치료하자는 그런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한다. 이들 주최 단체들은 도쿄에서 열린 제1회 세계통일인문학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통일인문학대회를 더욱 발전시켜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연변에서 제2회 대회를 개최하고, 재일조선대가 창립 60돌을 맞는 2016년에는 다시 일본 도쿄에서 제3회 대회를 크게 열 계획이다. 그 뒤 2018년쯤에는 대회의 무대를 남한으로 옮길 계획이다. 참여 기관들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4개 대학에 더해 우리 민족이 주요하게 거주하는 미국과 러시아 쪽 대학도 주최단체에 포함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참여하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김성민 단장은 이렇게 통일인문학대회를 통해 분단의 아비튀스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해나간다면 언젠가 “세계를 향한 평화 제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한반도는 고난의 역사를 감당한 갈등과 긴장의 땅이었지만, 통일시대의 한반도는 소통, 치유, 통합의 가치가 세계사적으로 실현되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통일인문학’을 통해 우리 민족이 분단의 아픔을 지닌 민족에서 세계적인 평화 담론을 제시하는 민족으로 변신해나가는 날이 조속히 다가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쿄/김보근 평화문제연구소장 tree21@hani.co.kr
그렇지 못하면 열등한 존재
인간은 동질화 대상으로만 봐
중·일 해외동포는 제3자 소외 “남·북, 800만 해외동포 포함
서로의 문화적 차이 이해하고
새 공통성 찾을때 진정한 통합”
내년 연변서 ‘2회 대회’ 열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통일담론은 자본주의식으로 통일할 것인지 아닌지, 단일 국가로 통일할 것인지 아니면 연방을 구성할 것인지 등등 대부분 체제나 제도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런 기성의 통일담론들은 대부분 남북의 정부 등 각각 다른 체제나 제도를 지닌 대립하는 국가를 통일의 주체로 삼고 있다. 체제나 제도를 중심으로 한 이런 통일담론들에서 인간은 통일 뒤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화돼야 할 대상’으로 규정될 뿐이다. 이 경우 통일을 주도하는 체제의 주민들은 우월한 존재로 인식되며,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열등한 존재가 된다. 열등한 이들은 통일 뒤 우월한 이들을 기준으로 동질화될 것을 강요받는다. 통일인문학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를 ‘커다란 폭력’으로 판단한다. 독일 통일 사례가 잘 보여주듯이, 그 결과 통일 뒤에도 민족의 화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는 국가들 간의 갈등은 격화된다. 경쟁과 갈등이 거세짐으로써 불통 상태가 강화되고 통일은 오히려 지체된다. 그 속에서 주민들은 각각 ‘민족’ 공동체로부터 이질화하고 파편화한다. 이렇게 민족의 이질화가 심화되면, 행위주체인 국가들 간의 불통은 더욱 심해진다. 국가들은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민족의 이질화가 심화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통일인문학’은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와 체제보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중심으로 통일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통일인문학’ 개념을 처음 제시한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은 “통일인문학은 한마디로 말해 정치·경제적인 체제통합을 추구하는 사회과학적 통일담론을 넘어서 가치·정서·생활상의 공통성을 창출하는, 통일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고 말한다. 김 단장은 현재 남북한 주민과 해외동포들이 ‘호모 사케르’가 돼 있는 부분에 주목한다. 호모 사케르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제시한 개념으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벌거벗은 생명’을 뜻한다. 분단이 지속되고 ‘인간이 배제된 통일담론’이 주류가 되면서 대다수 우리 민족의 구성원들이 “이 사회에 있지만 이 사회 밖에 있는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해외동포들을 보자. 그동안 남북 정부는 적대적 체제 경쟁 속에서 이들을 ‘우리’의 범주 밖에 세워놓은 제3자로 소외시켰다. 그 결과 재외동포는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자신의 잘못 없이 나라가 주권을 잃으면서, 그리고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으면서, 버려지고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70년 가까이 지속된 분단 속에서 배태되고 강화된 이질성 탓에, 세계 각지에 흩어진 동포들뿐만 아니라 한반도까지 포함해 “모두가 모두를 소외시켜버리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김성민 단장은 “우리가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민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단장은 이때 ‘새로운 민족’이란 옛날 ‘단군 민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민족 정체성을 하나의 공통분모로 수렴되는 지점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 그리고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처한 독특한 문화적 차이들의 접속과 공명, 연대의 지점에서 새롭게 성찰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런 새로운 공통성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소통’이며, ‘타자성의 이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소통과 타자성의 이해를 통해 새로운 공통성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은 ‘호모 사케르’화한 우리 민족을 ‘치유’하는 과정이며, 그런 치유를 거친 뒤에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런 통일인문학 개념의 체계화를 위해 2009년 인문한국(HK)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현재 12명의 교수진 등으로 통일인문학연구단을 꾸려 가고 있다. 지금까지 30여회의 국내·국제 심포지엄과 40여회의 컬로퀴엄(집담회)을 열고, 약 60여종의 연구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지난 9월부터는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건국대학교 대학원 내에 협동과정 통일인문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런 통일인문학 개념은 ‘제1회 세계통일인문학대회’를 함께 주최한 대학들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간다. 해외동포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정체성 위기가 한반도 내에 살고 있는 남북 주민들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12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과 한차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이번 세계대회의 씨앗을 마련한 재일 조선대의 장병태 학장은 통일인문학의 개념이 매우 “실감적”이라고 평가했다. 장 학장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민족 주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이어갈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뒤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그런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강성은 재일 조선대 부학장은 통일인문학개념이 6·15와 10·4 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학장은 “2000년 6·15 공동선언 나왔을 때 그를 위한 실천위원회들이 나왔다”며 “거기에는 민중들도 통일을 주도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강 부학장은 “통일인문학은 바로 그 정신에 딱 맞는 것”이라며 “그것은 정부 차원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모두 함께 통일의 길로 간다는 6·15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부학장은 그 한 예로 6·15 이후 남북 교류가 몇번의 일시적인 단절 사태를 맞았지만, 결코 중단되지 않은 것은 민간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은 부학장은 세계통일인문학대회 등을 통해 다른 지역도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도 재일동포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 부학장은 “재일동포들의 현 상황은 날카롭고 심각하고 아프다”면서도 세계통일인문학대회 등을 통해 “연변 동포들이 사시는 부분을 보면서 우리도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고 밝힌다. 강 부학장은 “그렇게 서로서로 경험을 나누고 눈물을 같이 쏟아내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명철 연변대 민족학연구소장은 통일인문학이 800만 해외동포들도 통일의 주체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동포들로부터 환영받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해외동포들까지 포함해 민족의 새로운 공통성을 찾으면 공통성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차이에 대한 관용도 넓어진다”고 진단했다. 허 소장은 그런 관용의 확대가 민족 구성원들을 소외시키는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가쓰무라 마코토 센터장도 인문학의 분단 트라우마 치유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제1회 세계통일인문학대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리쓰메이칸대학이 위치한 교토 지역은 재일동포들의 주요한 집단거주지 중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한국의 근현대사,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함께 재일동포들의 인권문제를 주요한 연구과제로 다뤄오고 있다.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 역시 재일동포 인권문제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가쓰무라 센터장은 “인문학을 통해 분단 트라우마를 치료하자는 그런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한다. 이들 주최 단체들은 도쿄에서 열린 제1회 세계통일인문학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통일인문학대회를 더욱 발전시켜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연변에서 제2회 대회를 개최하고, 재일조선대가 창립 60돌을 맞는 2016년에는 다시 일본 도쿄에서 제3회 대회를 크게 열 계획이다. 그 뒤 2018년쯤에는 대회의 무대를 남한으로 옮길 계획이다. 참여 기관들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4개 대학에 더해 우리 민족이 주요하게 거주하는 미국과 러시아 쪽 대학도 주최단체에 포함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참여하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김성민 단장은 이렇게 통일인문학대회를 통해 분단의 아비튀스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해나간다면 언젠가 “세계를 향한 평화 제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한반도는 고난의 역사를 감당한 갈등과 긴장의 땅이었지만, 통일시대의 한반도는 소통, 치유, 통합의 가치가 세계사적으로 실현되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통일인문학’을 통해 우리 민족이 분단의 아픔을 지닌 민족에서 세계적인 평화 담론을 제시하는 민족으로 변신해나가는 날이 조속히 다가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쿄/김보근 평화문제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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