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토크’ 아리송한 대관 거부
정작 당일 가보니 출입문 잠겨
“보수쪽에 빌려줬는데 행사취소”
정작 당일 가보니 출입문 잠겨
“보수쪽에 빌려줬는데 행사취소”
지난 11일 저녁 6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상공회의소 1층 대강당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강당 왼쪽 출입문도 잠겨 있었다. 이날 저녁 7시40분께 부산상의 경비원은 <한겨레> 기자에게 “문을 닫아야 하니 나가달라”며 1층 계단과 복도 불을 껐다. 이때까지 부산상의 대강당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 부산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부산민권연대)는 이날 저녁 7시30분 부산상의 대강당에서 북한을 다녀온 여성들의 방북 경험을 소개하는 토크콘서트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산상의 쪽에서 “대강당을 먼저 빌린 단체가 있다”며 대관을 거부하는 바람에 행사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저녁 부산상의 경비원은 “오늘 저녁 대강당에서 열리는 행사는 없다. 만약 행사가 있다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차량 통제 등 관리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가 열린다는 연락이나 지시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민권연대는 “부산상의가 토크콘서트를 무산시키기 위해 보수단체와 공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부산상의는 15일 “보수단체가 지난 11일 저녁 7시께부터 360석 규모의 1층 대강당을 빌렸으나 실제 행사를 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상의 관계자들의 해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부산상의 한 간부는 “보수단체의 외압은 없었다. 토크콘서트 주최 쪽에 앞서 대관을 신청한 곳은 없었지만 토크콘서트가 열리면 (보수단체와의) 충돌이 일어날 것 같아서 대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보수단체가 토크콘서트 주최 쪽에 앞서 대관신청서를 냈기 때문에 보수단체 쪽에 대강당을 빌려줬으나 보수단체가 행사를 강행하면 저쪽(토크콘서트 주최 쪽)과 충돌할 것 같아서 부산상의가 행사 취소를 요청한 뒤 계약금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김인규 부산민권연대 공동대표는 “부산상의가 보수단체 쪽에 대관을 해주고 다시 행사를 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같다. 부산상의와 보수단체가 토크콘서트를 무산시키기 위해 교감을 한 것으로 본다. 만약 부산상의가 보수단체와 교감하지 않았다면, 보수단체의 행사 취소 뒤에 우리 쪽에 연락을 해서 대관 의사를 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상의 관계자는 “부산민권연대 쪽에 대강당 대여가 가능하다고 알려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민권연대는 재미동포 신은미씨 등이 평양을 다녀온 소감을 말하는 토크콘서트 ‘평양에 다녀왔수다’를 열려고 지난달 25일 부산상의에 대관신청서를 냈으나, 부산상의는 “대강당을 먼저 빌린 단체가 있다”며 부산민권연대 쪽에 대관 불가를 통보했다.
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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