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긍정적 시그널 맞지만
우리가 선제적 움직일 상황 아냐”
“신년사서 변화여부 드러날것” 분석도
우리가 선제적 움직일 상황 아냐”
“신년사서 변화여부 드러날것” 분석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대화의 운을 떼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말풍선 띄우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북쪽 발언이 이전과 달라진 배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4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남쪽에 전달하는 ‘친서 정치’로 대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김 제1비서는 친서에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을 각각 초청했다. 최고 지도자가 나서 남북 간 대화 물꼬를 열어두려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으려 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친서 전달 자리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던진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 이날 김 비서는 개성공단에서 이희호 이사장을 대신해 친서를 전달받으러 나온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과 만나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에 대해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비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내년도 광복 70돌 남북 공동 문화행사 개최 등을 위한 협의에도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북쪽이 지금껏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흡수 통일을 목표로 한 체제대결 책동이라고 비난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뉘앙스가 상당히 달라진 셈이다.
더구나 김 비서는 북쪽이 그동안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처럼 내세웠던 대북전단(삐라) 살포 중단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 비서가 “금강산 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 문제에서 소로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도 눈길을 끈다. 북쪽이 요구해온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와 더불어 남쪽이 최우선 의제로 강조해온 이산가족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문제와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 수 있다는 남쪽 고위당국자의 최근 발언과도 맥이 닿는 언급이다.
한켠에선 김 비서의 발언이 내년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을 맞아 달라진 북한의 대남기조를 시험적으로 드러내본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북한이 “2015년 대립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집중공세, 대외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통이 큰 외교전을 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아직 좀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김 비서가 일부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시그널을 보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쪽에선 대남 비난이 계속되는 데다 각종 해킹 의혹 등도 제기되는 만큼 당장 우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도 “앞으로 신년사 등을 통해 북한의 기조 변화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며 “민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 말만이 아니라 북한의 행동 여부를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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