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왼쪽부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 김관진 국방장관이 5월31일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열린 3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기에 앞서 함께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29일 체결되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MOU)은 내용과 형식, 절차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 소지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한·미·일 미사일방어(MD) 체제 가동을 위한 터닦기라는 점에 더해, 북한 핵과 미사일 관련 정보를 동맹국도 아닌 일본에 넘긴다는 점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은 과거 한반도를 점령해 수십년간 식민통치했던 국가이자, 지금도 독도 등을 두고 한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다.
국방부는 26일 북핵과 미사일에 한정한 정보를 미국을 통해 주고받는 형태가 될 것이며, 한국도 일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 정보 유출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선 각각 한-미와 미-일 간 연결돼 있는 지휘통제체계(C4I)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가게 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민감한 대북 정보가 한국의 의도를 벗어나 일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는 “시스템이 통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주권과 지정학을 고려해 정보를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다른 국가도 아닌 일본과 민감한 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제대로 된 공론화 및 합의 과정을 밟지 않은 채 약정 체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핵·미사일 정보 일본과 공유
국민 동의 필요한 ‘협정급’
반발 의식해 미국 끼워넣고
체결 사흘 앞두고 깜짝발표
내용·형식·절차 모두 문제 소지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라는 중대한 안보 문제를 협정이 아닌 약정 형식으로 처리하려는 자체가 국민적 동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런 정도의 중대 사안이면 당연히 국회 비준이 필요한 협정 체결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국방부가 기관 간 단순한 약정을 맺는 방식을 취한 것은 공론화와 국회 비준 등 국민적 동의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도 “2012년 이명박 정부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국민적 비판 속에 무산됐는데, 박근혜 정부는 공론화를 피하려고 아예 약정으로 급을 낮추는 ‘요술’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월 군사기밀 공유를 국가간 협정이 아닌 국방부 기관 간 약정 형태로 추진할 경우 군사기밀 제공을 엄격히 정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일간 협정 추진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미국을 끼워넣어 한·미·일 3자 약정 형식을 택한 것이나 연말에 그것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이를 발표한 것도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한국진보연대와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등은 “국방부가 국민과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을 깨고 문제투성이 양해각서를 밀실에서 추진했다”며 “국민을 속인 것을 사과하고 관련 내용을 이제라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 국회를 속이고 있다”며 “지금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사실화하면서 군사대국화 길을 걷고 있는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 토대를 구축한 상태다. 이런 시점에 안보에 직결되는 군사정보를 국회 비준 없이 (일본에) 넘겨줄 수는 없다”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국민 동의 필요한 ‘협정급’
반발 의식해 미국 끼워넣고
체결 사흘 앞두고 깜짝발표
내용·형식·절차 모두 문제 소지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라는 중대한 안보 문제를 협정이 아닌 약정 형식으로 처리하려는 자체가 국민적 동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런 정도의 중대 사안이면 당연히 국회 비준이 필요한 협정 체결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국방부가 기관 간 단순한 약정을 맺는 방식을 취한 것은 공론화와 국회 비준 등 국민적 동의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도 “2012년 이명박 정부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국민적 비판 속에 무산됐는데, 박근혜 정부는 공론화를 피하려고 아예 약정으로 급을 낮추는 ‘요술’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월 군사기밀 공유를 국가간 협정이 아닌 국방부 기관 간 약정 형태로 추진할 경우 군사기밀 제공을 엄격히 정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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