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정상회담 언급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이번 신년사에서 ‘핵 억제력’과 ‘병진노선’을 다시 강조했다. 6자회담 등 북핵 대화의 재개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 제1비서는 “힘에 의한 강권이 판을 치고 정의와 진리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게 국제 무대의 현실이라고 진단하고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다지고 국권을 지켜온 것이 얼마나 정당하였는가를 뚜렷이 실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적들의 책동이 계속되는 한 선군정치와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에도 경제건설과 핵 무장의 동시 추진이라는 병진노선과 군사력 중시의 선군정치가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신 ‘비핵화’ 등에 대한 언급은 이번에도 빠졌다. 그동안 미국 등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처를 요구하고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주장해왔다. 미국과 북한 등 당사국들의 태도 변화 없이는 북핵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김 제1비서는 최근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인권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제1비서는 미국에 대해선 “미국의 극단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전쟁 위험이 커졌다며, 비난 대신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에 대해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미국과 관련해 많이 자제하는 듯한 인상”이라며 “지난 11월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과 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제1비서는 “대외관계를 다각적으로 주동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혀, 냉각된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움직임이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김 제1비서는 2013년 이래 3년째 육성으로 신년사를 했다. 김 제1비서는 선 채 정면을 바라보며 상당히 빠른 속도로 38분간 신년사를 했는데, 앞의 프롬프터를 보고 읽어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신년사 중간중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사진과 함께 박수 소리를 내보냈다. 이에 비춰 신년사를 한 장소도 노동당사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년사에 “귀여운 우리 어린이들”, “인민들의 식탁 위에 바다향기가 풍기게”, “온나라와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같은 대중친화적인 표현이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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