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대통령 전용 헬기로 백악관에 도착해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대북한 제재확대 이후
북-미 꼬이면 남북 관계도 꼬여
대화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문턱
2000, 2007년 정상회담때와 흡사
북-미 갈등 수위 비교적 높지않아
정부의지 강하다면 미국설득 가능
북-미 꼬이면 남북 관계도 꼬여
대화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문턱
2000, 2007년 정상회담때와 흡사
북-미 갈등 수위 비교적 높지않아
정부의지 강하다면 미국설득 가능
새해들어 빠른 기류 변화를 보이던 남북관계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계기로 ‘미국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까지 아울러 이끌어 갈 정부의 담대한 추진력과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대북 보복조처 발표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남북관계 급진전을 위해선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이른바 ‘벌크 캐시’(뭉칫돈)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이런 조처들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벌크 캐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핵심적인 이슈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의 조율 없이는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도 기대할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미국의 의도를 주시하며 파장을 따져보는 듯한 모습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5일 미국의 행정명령 발표와 관련해 “상황을 예단해 이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우리 정부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변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경험에 비춰 두 가지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미-북 관계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기반을 닦는 차원에서도 북-미관계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둘째는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동력도 결국은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주도적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다.
실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은 1998년 미국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제기,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등 북-미 안보 갈등을 극복하고서야 비로서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임동원 국정원장이 미국을 오가며 윌리엄 페리 미 북핵조정관을 설득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 중단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3단계로 포괄하는 ‘페리 프로세스’ 작성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북-미관계를 대화 궤도에 안착시키고서야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다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또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로 대표되는 북-미관계의 난국을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뚫고 나오고서야 열릴 수 있었다.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공동성명 직후 터져나온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로 북-미관계는 파국을 맞았고, 북한은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으로 초강경 대응을 했다. 바로 이 때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을 재개시키고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담대한 구상을 제시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했다. 2006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북한과 종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에 근무했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이라크전의 실패로 궁지에 몰려있던 부시 행정부에 북핵 해결의 업적을 쌓을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권 후반기 업적관리에 들어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에도 시사점을 던지는 대목이다.
이번 ‘해킹 보복’은 과거 북-미관계의 난항과 비교하면 수위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강한 남북대화 의지를 보여주면 미국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지금 남북관계, 북-미관계, 6자회담 등의 원동력은 서울에 있다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이런 인식에 기반해 한반도 정세 변화의 비전을 가진 사람을 중심에 앉히고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가야지, 미국 눈치만 보고 따라가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고아원인 평양육아원·애육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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