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호 수용소에서 6살때 옮겨져”
“13살 아닌 20살에 고문당해”
“13살 아닌 20살에 고문당해”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에 주요한 역할을 한 탈북 북한인권운동가 신동혁씨가 자서전 <14호 수용소 탈출>의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4호 수용소 탈출>은 <워싱턴 포스트>의 전직 기자인 블레인 하든이 신씨의 증언을 토대로 쓴 책으로, 신씨가 ‘14호 수용소’로 알려진 평안남도 개천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극악한 인권상황에서 2005년 탈북 이전까지 생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신씨는 지난 16일 하든에게 자신이 6살 무렵 어머니·형과 함께 18호 수용소로 옮겨졌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그동안 14호 수용소의 상황을 증언한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시사하는 것이다. 신씨는 14호 수용소 탈출을 계획했던 어머니와 형을 수용소 당국에 고발해 어머니와 형이 눈앞에서 처형당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자서전에서 진술했던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며, 어머니와 형의 처형은 14호 수용소가 아닌 인근의 18호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수정했다. 하든은 <워싱턴 포스트>에 “신씨가 자서전에 나온 장소와 시간 중 여러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신씨는 또 자서전에서 13살 때 수용소를 탈출하려던 어머니와 형을 밀고했다가 자신도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20살 때 중국으로 탈북했다 송환된 뒤 고문을 당했다고 수정했다. 하든은 “신씨가 오류 발생에 대해 매우 죄송해하고 있다. 그가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시점에서 나는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고 북한의 억압받는 주민들에게 정의를 가져다주기 위한 노력과 사업을 계속할 수도 있고,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려 북한인권운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포스트라며 “나 없이도 여러분은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여전히 싸울 수 있다”고도 적었다.
신동혁씨의 증언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핵심적 내용으로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침해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의 과정에서도 그의 증언이 주요한 근거가 됐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0월 신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주장이 거짓이란 취지의 말을 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그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북한 인권운동가 신동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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