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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MB “남북정상회담 5번 거절…값진 일” 아전인수

등록 2015-01-29 20:11수정 2015-01-29 22:17

MB 회고록 출간

전문가 “다섯번 제안 있었으면
한번은 성공시켜 관계 개선했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정일은 나를 계속 만나고 싶어했다”며 북한이 다섯번이나 직간접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건 없는 정상회담’이라는 원칙을 지켰기에 실제 회담은 이뤄지지 못했다며 “내게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값진 일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북쪽이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이례적 호기를 맞고서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 안정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해놓고 이를 반대로 성과라고 내세워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첫 정상회담 제안은 2009년 8월 이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조문단을 이끌고 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이 전 대통령과 면담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뒤이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정상회담을 논의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쌀과 비료 등 경제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거부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밝혔다.

북쪽은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를 통해 다시 정상회담을 제안해 왔다. 또 같은 해 10월엔 김양건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만났다. 하지만 역시 쌀과 비료 등의 대규모 경제 지원 약속을 요구해 중단시켰다. 같은 해 11월 개성에서 열린 통일부-통일전선부 실무접촉도 북쪽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1억달러어치의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북쪽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달러 등을 요구해 결렬됐다고 전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북쪽은 천안함 침몰 이후에도 국가안전보위부-국가정보원 라인을 통해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이 대통령은 공개했다. 2010년 7월 국정원 고위급 인사(김숙 차장으로 추정)가 북쪽 요구로 방북했다. 당시 남쪽이 정상회담을 전제로 천안함 침몰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자, 북쪽은 쌀 50만t 지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같은 해 12월엔 북쪽 보위부 고위 인사(류경 부부장)가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을 따로 만나지 않았다”며 “2011년 초 (류 부부장이) 공개 처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처형과 관련해선 “서울에 가서 대통령 면담에 실패했는데 즉각 평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하루 더 머물러 있었고, 이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2011년 초 뉴욕, 5월 베이징에서 남북이 추가 접촉했지만 천안함 사과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북쪽이 정상회담에 적극적이었던 것을 두고는 이전 정부의 남북협력 진전으로 북쪽 경제의 대남 의존도가 높아진 점, 뇌졸중을 겪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 구축을 위해 경제 안정과 긴장 완화를 원했던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다섯번씩 제안이 있었으면, 한번은 성공시켜 남북관계를 발전시켰어야 하지 않느냐”며 “대화를 거부해 북한의 반발과 연평도 포격 같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원칙이 아닌 아집”이라고 말했다. 류경 부부장 같은 대남 협상에 나선 인사들을 궁지로 몰아 북한 내 협상파를 위축시킨 것도 패착으로 지목된다. 이후 북쪽 대남 라인의 강경한 태도는 이때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학습효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한 원칙을 고수한 배경엔 결국 ‘북한 붕괴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심층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죽고 곧 망할 북한 정권을 지원을 통해 연장시켜선 안 된다는 도그마가 있다”며 “회고록은 전략 부재를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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