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커비 대변인 정례 브리핑서
한반도 배치 압박 시사
협의 부인했던 기존 태도 번복
한반도 배치 압박 시사
협의 부인했던 기존 태도 번복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한국 정부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한국과 협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모두 사드 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논의가 있으며, 분명히 한국과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사드)은 중요한 역량이다. 그것에 관해 우리는 그들(한국)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커비 대변인의 이런 언급은 이 문제를 공식 협의하지 않고 있다는 미국의 기존 태도와 다른 것이다. 앞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말 “임박한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9일 “결정된 바 없고,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방한중인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도 11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우리 입장은 한결같다.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 앞으로 입장이 정해지면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해 10월 사드 포대의 한국 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나중에 미 국방부가 이를 부인했다.
이런 행태를 감안할 때, 양국 정부가 이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한국 내 여론과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의 추가적 도발 등을 계기로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사드 배치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각에선 실제로 사드를 조만간 배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일종의 압박 카드로 거론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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