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2010년 3월 백령도 사고해역에서 성인봉함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뒷편으로 3천t급 구조함인 광양함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천안함 5주기…후유증과 극복 방안
2010년 3월26일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후유증은 심대하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 1970~80년대 냉전 시기로 후퇴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난 만큼, 이제 새로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함이 드리운 냉전적 대결의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선 5·24조치 해결이 선결 과제다. 정부는 5·24조치 해제의 선결 조건으로 여전히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5·24조치에 남북관계가 발목을 잡혀 있는 현실을 두고만 봐야 하느냐는 지적이 많다. 5·24조치로 북한에 대한 징벌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악화되고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을 타개할 ‘5·24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사과와 경제제재 조치의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북한의 사과는 그것대로 끝까지 요구하되 5·24조치의 대북제재 내용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에 대한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의 투자를 5·24조치의 예외로 인정해주는 방식을 확대해 나가면서 5·24조치를 극복해나가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정책 방향이 정해지고 국민 설득에 나서고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 같은 선례를 많이 만들어가면 5·24조치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 두 달 뒤 북한 소행이라며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제한하는 5·24조치를 발표하며 대북제재 조치에 나섰다. 우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는 논리였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잘못을 시인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었다.
‘북한 경제 압박해 사과 유도’ 노렸지만
김정은 체제 혼란 대신 경제 호전
“나진·하산 프로젝트 예외 인정 등
박 대통령 전략적 결단으로 풀어야” 그러나 북한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 없이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키는 등 여전히 생존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는 오히려 나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의 통계 발표를 보면, 북한 경제는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 성장하는 등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5·24조치가 기대했던 효과를 별로 보지 못한 것이다. 남북은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인 2010년 12월과 이듬해 5월에 서울과 베이징에서 비밀접촉까지 했으나 끝내 천안함 사건의 책임 문제에 막혀 결렬됐다. 북한은 남한의 책임 인정 및 사과 요구에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2월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꼼짝하지 못했다. 오히려 2013년에는 개성공단 가동이 한동안 중단되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2월 남북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됐으나 추가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남한이 북한의 5·24조치 해제 요구에 대해 천안함 사건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선결 과제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신 남북은 군사 대결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북은 2010년 11월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1000기를 공개하고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또 2013년 2월엔 3차 핵실험까지 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폐쇄됐던 영변의 핵 재처리시설 재가동 움직임도 포착되고 4차 핵실험 가능성도 공언하고 있다. 반면, 남쪽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를 거듭하는 등 안보의 대미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석 달 뒤인 2010년 6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전작권 전환 연기에 합의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선 2014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재연기에 합의했다. 애초 2016년까지 평택으로 옮기기로 했던 용산기지나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이전 계획도 축소 수정됐다. 최근엔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모두 남북간 군사대결 강화가 낳은 부산물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김정은 체제 혼란 대신 경제 호전
“나진·하산 프로젝트 예외 인정 등
박 대통령 전략적 결단으로 풀어야” 그러나 북한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 없이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키는 등 여전히 생존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는 오히려 나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의 통계 발표를 보면, 북한 경제는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 성장하는 등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5·24조치가 기대했던 효과를 별로 보지 못한 것이다. 남북은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인 2010년 12월과 이듬해 5월에 서울과 베이징에서 비밀접촉까지 했으나 끝내 천안함 사건의 책임 문제에 막혀 결렬됐다. 북한은 남한의 책임 인정 및 사과 요구에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2월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꼼짝하지 못했다. 오히려 2013년에는 개성공단 가동이 한동안 중단되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2월 남북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됐으나 추가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남한이 북한의 5·24조치 해제 요구에 대해 천안함 사건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선결 과제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신 남북은 군사 대결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북은 2010년 11월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1000기를 공개하고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또 2013년 2월엔 3차 핵실험까지 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폐쇄됐던 영변의 핵 재처리시설 재가동 움직임도 포착되고 4차 핵실험 가능성도 공언하고 있다. 반면, 남쪽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를 거듭하는 등 안보의 대미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석 달 뒤인 2010년 6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전작권 전환 연기에 합의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선 2014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재연기에 합의했다. 애초 2016년까지 평택으로 옮기기로 했던 용산기지나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이전 계획도 축소 수정됐다. 최근엔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모두 남북간 군사대결 강화가 낳은 부산물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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