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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사드는 짜고치는 고스톱? 아님 김치국 먼저 마시는 격?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5-04-03 15:48수정 2022-08-19 17:32

[더(The) 친절한 기자들]
상층 방어 L-SAM 국내 개발 결론 내놓고 사드 도입?
아니면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을 허용하자는 것?
주한미군은 우리나라 배치 여부 결정도 안했는데…

얼마 전 만해도 사드(THAAD)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요?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이 사드 도입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 한순간에 ‘모르는 사람은 간첩’ 수준의 말이 됐습니다.

애쉬턴 카터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서울에 온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취임해 신임 인사 겸해서 일본을 들렀다가 오는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인데, 이 양반의 방한을 사드와 연계해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민구 장관을 만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사드, 사드 하는데 사드가 대체 뭘까요? 그래서 한번 풀어봤습니다.

사드라는 용어

사드는 영어로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입니다. 보통 종말단계(또는 하강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라고 번역합니다.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종말단계로 번역되는 terminal이란 말은 탄도미사일이 발사 뒤 정점을 찍고 목표물을 향해 자유 낙하하는 단계를 가리킵니다. 하강단계인 거죠. 참고로 탄도미사일의 비행은 이륙단계(boosting stage), 중간비행단계(mid-course stage), 하강단계(종말단계 terminal stage), 이렇게 세 단계로 구분합니다.

고고도로 번역되는 High Altitude는 말 그대로 ‘높은 고도’란 뜻입니다. 미사일방어는 통상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방어와 하층방어로 나뉩니다. 그러니까 High Altitude는 적어도 고도 40㎞ 이상의 목표물을 맞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실제 사드의 타격고도는 40㎞~150㎞입니다.

Area Defense는 지역을 방어한다는 뜻입니다. 패트리어트 같은 하층방어용 요격미사일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함의입니다. 2013년 9월 ‘공군 방공포병 전투발전 세미나’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 쪽에서 참석해 사드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록히드 마틴 쪽 인사는 남한 땅 전역을 방어하려면 최소 2개 포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적이 있읍니다. 통상 1개 포대가 발사대 6개(미사일 48발)로 구성돼 있다고 하니까, 발사대 12개로 남한 땅 10만210㎦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풀어보면 사드는 적의 미사일이 이륙단계와 중간비행단계를 다 지나고 나서 지상의 목표물을 향해 자유낙하할 때 높은 고도에서 잡는 요격미사일이 됩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드는 특정 군수업체(미국의 록히드 마틴)가 만든 무기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냥 우리가 전투기하면 F-15도 있고, F-16도 있듯이, 미사일방어에는 사드도 있고 패트리어트(PAC)도 있고, SM3(Standard Missile)도 있고 GBI(Ground Based Intercepter)라는 놈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산 애로우(Arrow)도 있고,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가 공동 추진하는 미즈(MEADS)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사드를 고고도미사일방어라고 따로 번역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F-15가 F-15인 것처럼 그냥 사드입니다. 공연히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라고 그럴 듯하게 번역한다고 해서 뭔가 굉장한 보편성을 띤 어떤 것인양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록히드 마틴이 만드는 무기 이름입니다.

사드와 한국형 엠디(KAMD)

한국형미사일방어 KAMD는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의 약자입니다. 원래 Air Defense라고 하면 ‘방공’입니다. 전투기 등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방공포나 대공 미사일 등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미사일 위협도 막아야 한다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Missile Defense를 넣을 것이고, 요즘은 미사일 방어로 초점이 옮겨간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한국형미사일방어는 개념상으로만 보면 기존의 방공 개념에다 미사일방어를 추가한 것이지만, 실상은 미사일 방어가 강조된 무기체계입니다.

미사일방어는 대체로 중첩방어가 기본입니다. 적 미사일이 날아오면 상층에서 한 번, 하층에서 또 한번 요격기회를 가져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사거리 800㎞ 미만인 단거리 미사일(SRBM)이나 사거리 800~2400㎞인 중거리 미사일(MRBM)의 경우 상층 방어는 사드가, 하층 방어는 패트리어트(요격고도 15㎞)가 담당합니다. 사거리가 55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중간비행 단계부터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SM3와 알래스카 등에 배치된 GBI가 나섭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층방어는 미국과 같이 패트리어트가 담당합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 패트리어트-2를 독일에서 구입해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이 패트리어트-2를 성능 개량하고, M-SAM(Surface to Air Missile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을 추가 개발해서 하층방어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며칠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추진을 공식 의결했습니다.

문제는 상층방어입니다. 정부 입장은 미국과 달리 사드 도입이 아니라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을 국내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L-SAM 선행연구까지 마쳤습니다. 선행연구는 어떤 무기가 필요하다고 군에서 요구할 때 그 무기를 국내 개발할 것인지, 해외에서 구매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또 비용은 어떤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지요. 여튼 선행연구 결과 “국내에서 연구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탐색개발 3년, 체계개발 5년 등 2023년까지 총 8년간 연구개발해서 L-SAM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 L-SAM은 요격 고도가 대략 50~60㎞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상층과 하층 방어의 기준이 고도 40㎞라는 점을 상기하면, 상층방어는 이 L-SAM을, 하층방어는 패트리어트와 M-SAM을 배치해 담당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드가 갑자기 논란이 된 것은 뜬금없는 일입니다. 물론 사드는 고도 40~150㎞에서 표적을 맞추는 거니까 L-SAM보다 더 높은 데서 맞출 수 있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는 탄도미사일의 중력 가속도가 많이 붙기 전이니까 요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사드를 도입할 경우 L-SAM 개발하기로 한 것은 어떻게 하냐가 문제입니다. 사드도 도입하고 L-SAM도 개발해 배치한다면 중복투자가 되고 예산 낭비가 될 것입니다. 사드를 도입하면 L-SAM 개발은 포기해야 할 겁니다. L-SAM을 개발한다면 사드 도입은 포기하는 게 맞습니다.

정치권 논의-사드

새누리당에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사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아니고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을 허용하자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두 얘기가 서로 착종 혼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할지 여부를 결정도 안했는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사드 배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뭔가 섣불러 보입니다. 물론 미군이나 록히드 마틴하고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 있고, 만약 미군이 해외주둔군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국이 제1순위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절차상으로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부터 먼저 마시는 격입니다.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세 마디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우선 “주한미군이 사드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 입니다. 다만 “우리가 사드를 사들여올 계획은 없다”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 생각이 없지만 주한미군이 자기들 돈으로 도입해 배치하겠다고 하면 굳이 반대할 생각이 없음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도 없었고, 미국과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안내렸다’(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는 이른바 ‘3 NO’입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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