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 안 사격장 바닥에 14일 오후 방탄모, 군화, 탄창, 탄피받이 등이 흩어져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52사단 예비군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최아무개(23)씨가 갑자기 총을 난사하자 현장의 장교, 조교 등이 모두 황급히 대피하는 등 초동 안전조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초동 안전조처 미흡
육군 중앙수사단은 14일 이런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중수단의 발표를 보면, 최씨는 엎드려쏴 자세에서 10발들이 탄창을 받아든 뒤 표적과 주변 동료들을 향해 8발을 쏘고 1발로 자살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최씨가 총탄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초 안쪽으로 추정되고, 당시 사격장 사선 주변에는 중대장(대위) 3명과 현역 장병 조교 6명이 사격통제 및 안전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씨의 난사가 시작되자 당시 사격통제탑 앞에서 사격을 지휘하던 6중대장은 마이크로 “대피하라”고 외치며 통제탑 옆으로 몸을 숨겼고, 나머지 현역병들은 다른 예비군들과 함께 모두 사격장 뒤 경사로 쪽으로 우르르 피했다.
그러나 사격훈련장 안전관리 지침은 우발 상황 발생 시 통제 요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제압하도록 돼 있다. 통제 요원들은 안전 관리를 위한 교육도 받고 있다는 게 군 설명이다. 이에 대해 52사단 관계자는 “사격하다 총구를 사람 쪽으로 돌리면 맨몸으로 덮쳐야 하지만, 최씨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초기 제압 시기를 놓치자 대피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당시 가장 가까운 현역병 조교는 최씨 오른쪽으로 6~7m 떨어져 있었다. 또 현장 조교는 사격 전 최씨 총이 총구를 마음대로 돌릴 수 없도록 하는 안전고리에 채워졌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중수단이 밝혔다. 총소리가 멎자 6중대장은 사격통제탑 뒤에서 나와 사격장 뒤에서 대기 중이던 의무부사관과 의무병, 다른 현역병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최씨는 예비군 훈련 전 이번 사고를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지난 3월24일 “나 자살 계획이야”라고 문자를 보냈고, 4월22일에는 “5월12일(예비군 입소 첫날) 나는 저세상 사람이야 안녕”, 4월25일에도 “5월12일이 마지막이야”, 5월5일에는 “예비군이야 실탄 사격은 말하지 않아도 예상”이라고 보냈다. 중수단 관계자는 “휴대폰에 남은 자살 암시 문자가 10여건 된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4~5개월 전 선박용접공 자격 시험에 실패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군 입대 전후에 과다 운동성 행실장애 등으로 6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중수단은 밝혔다.
최씨는 5사단 현역복무 당시에도 군생활 부적응으로 보직을 4차례 옮겼다. 중수단 관계자는 “2012년 3월 5사단에 배치된 뒤 81㎜ 탄약수였다가 취사병, K-3 기관총 사수, 전투근무지원병, 소총수 등을 전전했고, 중대는 2번, 대대는 1번 옮겼다”며 “모두 본인이 힘들다며 보직 변경을 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3년 6월 신인성검사에서는 ‘내적 우울감과 좌절감 상승, 군생활 비관적, 본인의 가치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B급 관심병사였다가 C급 관심병사로 호전돼 철책(GOP) 근무를 했으나 다시 B급 관심병사로 떨어져 5달 만에 후방으로 재배치됐다.
■ 관심병사 출신 관리 ‘구멍’
이번 사고가 난 예비군훈련을 주관한 52사단은 최씨가 현역 시절 관심병사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심병사 출신 예비군에 대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관계자는 “제대 군인이 예비군으로 편성되면 병무청에서 ‘병사자력시스템’에 의해 편성카드 신상정보를 작성해 해당 동원사단에 넘긴다”며 “그러나 이 신상정보는 해당 예비군의 현역 시절 소속, 특기, 직책 등 기초적인 사안만 기록된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관심병사 관련 자료 등은 현장 지휘관 참고 자료로만 활용될 뿐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심병사와 같은 특이사항이 해당 동원사단에 전달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관심병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A급 8433명, B급 2만4757명, C급 6만2891명 등 육군의 20% 가까이 된다. 이런 문제가 방치될 경우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전역하면 일반인이 되는데 이들의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은 정보유출과 남용, 인권침해 등의 우려가 있고 또 전역 이후 사회에 복귀하면 상황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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