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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사드 배치 군불 때나?…케리 운 떼고 스캐퍼로티 기정사실화

등록 2015-05-19 20:09수정 2015-05-19 21:42

“한·미 공식논의 없었다”
리퍼트 대사 진화 나섰지만
한·미 정상-국방장관 회담 앞둬
“밀어붙이기·분위기 조성” 시각
정부 “기존 입장 변함없다” 펄쩍
국방부 자료 검토에 의혹 눈길도
미국이 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를 둘러싼 ‘치고 빠지기’에 나섰다. 미국 고위 인사가 사드 문제를 꺼내든 뒤 논란이 되면 슬쩍 발을 빼고, 한국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는 낯익은 풍경이 또다시 연출된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책임지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직접 나섰다. 케리 장관은 18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뒤 서울 용산기지를 방문해 주한미군 장병들에게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에둘러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케리 장관이 앞장서자 곧바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뒤를 받쳤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19일 극동포럼 주최 강연 뒤 일부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를 각각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다만 ‘언제냐’는 시점의 문제만 남았다는 취지로 들리는 것이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케리 장관의 서울 방문 중에 사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리퍼트 대사는 18일 밤 외교부를 통해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한-미 사이에는 사드 문제에 대한 공식 논의가 없었으며, 케리 장관의 말은 내부 행사에 참가해 내부 미국 청중들에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미국은 과거에도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가 논란이 되면 부인하곤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 케리 장관의 이번 발언은 ‘군불 때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10일 방한해 “현재 세계 누구와도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혀 수그러드는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케리 장관이 40여일 만에 다시 이 문제를 꺼내든 것은 한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성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케리 장관 등의 발언은 시점상으로도 미묘하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사출시험에 성공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빌미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기 위한 교묘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케리 장관은 18일 사드 발언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 사출시험과 관련해 “매우 도발적인 것”, “궁극적으로 제재 강화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을 강조한 바 있다.

또 다음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이달 말에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린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이나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의제로 삼기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용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추가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은 최단 시간 내 최적의 미사일 방어를 구축해야 한다. 이 점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한-미 간 협의도, 미국의 요청도 없었고,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는 기존의 ‘3 노(NO)’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사 실무 차원에서 사드의 역량이나 효용성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미 육군기술교범과 인터넷 전문 자료 등 공개된 자료를 통해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나 요격미사일의 사거리, 정확도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사드가 논란이 되고 있으니 실무적으로 사드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해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움직임은 사드 배치 문제를 본격 연구하려는 사전 조처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2019년까지 사드 7개 포대를 배치할 계획이며, 올 하반기 5번째 포대가 미 육군에 인도된다. 지난해에는 주한미군 부대가 집결된 평택 등 5곳에 대해 사드 배치 후보지 조사를 한 바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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