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넘, 평양서 AP 인터뷰
통일부 “경의선 육로 이용하라”
취재진 판문점 취재도 불허 방침
통일부 “경의선 육로 이용하라”
취재진 판문점 취재도 불허 방침
19일부터 북한을 방문 중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국제 여성 평화운동가 30여명은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갈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에게 촉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21일 이들 여성 운동가들의 경의선 육로 이용을 거듭 요구하면서, 취재진의 판문점 도보 횡단 취재도 불허한다고 밝혔다.
미국 여성운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타이넘은 20일 평양의 한 호텔에서 <에이피>(AP) 통신 기자와 만나 “판문점 구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수장으로서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이 문제에 개입해 우리들의 판문점 도보 통과의 안전을 보장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오웰적인(전체주의적인) 경험은 비무장지대(DMZ)가 얼마나 광기가 어린, 소모적이고, 잔인하며, 구시대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15개국 30여명의 저명한 여성 평화운동가들로 구성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Women Cross DMZ)는 24일 북한에서 남한으로 올 때 판문점을 통해 비무장지대를 도보로 넘을 수 있도록 남북한 정부에 요청했으나, 북한은 허가를 한 반면에 남한은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언론사들에게 판문점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은 ‘위민 크로스 디엠지’ 행사 참가자들의 판문점 취재를 공식 승인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면서 판문점 취재 불허 방침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걸어서 판문점을 지나는 것은 남북한 통행 절차, 정전협정, 남북간 합의에 비춰볼 때 적절하지 않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민간인들이 넘어올 땐 차량으로 타고 경의선 도로를 이용하길 권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기획자인 재미동포 평화운동가 크리스틴 안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남한 정부의 공식 허가가 없으면 북한 측도 판문점이 아닌 다른 경로를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판문점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우리는 짐을 실은 트럭이 지나는 길을 건너려고 이곳까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운동가들이 판문점을 걸어서 내려오더라도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까지 하겠다는 방침은 아니지만, 직선거리로 6.7㎞가량 떨어진 경의선 출입국사무소로 이동시켜 입국절차를 밟게 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언론 취재도 경의선 출입국사무소부터 이뤄진다.
한편,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일 이들 여성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가혹한 한국의 갈등은 피해자들에게는 끔직한 비극이었고 세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 왔다”며 “용기 있고 원칙에 기반한 국제 평화운동가들의 이번 행사는 상처를 치유하고 한국인들에게 평화롭고 만족스런 삶을 살도록 길을 닦는 경이로운 노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김지훈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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