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병이 GP 철조망 외곽 지역에서 나는 소리 듣고 발견
“10m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 잡목 우거져 식별 제한”
“10m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 잡목 우거져 식별 제한”
15일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지피(GP·일반전초) 철조망을 흔들어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6일 “북한군 병사가 전날 오전 7시55분께 중·동부지역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우리 지피의 철조망을 흔들었고, 이 소리를 들은 경계병이 지피장에게 보고했다”며 “이후 지피장의 추가 확인과정에서 귀순 병사가 ‘북군이다’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당시 지피 주변은 짙은 안개가 끼어있어 시야가 10m 이하로 제한되는 등 전방 경계에 악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지피 외곽 방호 철책의 바깥 지역은 경사가 급하고 녹음이 우거진 데다 안개가 짙어 시계도 제한되고 열상감시장치(TOD)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이런 사정으로 북한 병사가 철책에 접근할 때까지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해당 지피의 경계초소와 철책 사이는 3.4m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 병사가 철책에 접근할 때까지 모른 것은 경계실패 아니냐’는 질문에 “지오피는 적의 침투를 차단하고 방어하는 구실을 하지만, 비무장 지대 안의 지피는 북한군의 동향 관측이 주 목적으로 임무가 다르다”며 “근무 태만이나 경계 실패로 볼 일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검열단 조사 결과 당시 지피 병사들의 근무 체계나 근무 태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날 귀순한 10대 후반의 북한 병사는 북한 후방지역에서 간부의 운전병으로 근무하다 잦은 구타 등에 불만을 품고 지난 7일께 부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사는 이후 일주일 남짓 차량과 도보로 남쪽으로 이동해 14일 밤에 북한군 철책을 넘은 뒤 이번에 귀순한 지피에서 500m 남짓 떨어진 인근 고지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 귀순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후방지역에서 굳이 남쪽 휴전선을 넘은 배경에 대해 “자세한 것은 조사를 해봐야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뒤 “과거에도 전방부대는 감시가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후방 주둔 병사가 휴전선을 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귀순 병사의 건강은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현재 국가정보원과 군 등이 참여하는 중앙합동신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