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초의 여성 초음속전투기 비행사 림설(왼쪽)과 조금향(오른쪽)이 단독비행 시범 훈련 직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로부터 직접 축하를 받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설을 이유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7월3~14일)에 불참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북한의 광주유니버시아드 참가를 남북 교류 재개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평화의 제전’(피스버시아드)을 열망했던 광주시민들은 ‘불신과 알력’이 발목을 잡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불참 통보 사실을 공개했다. 조직위는 “북한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이유는 국제연합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했기 때문이다’라는 통보를 해 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문제 삼은 사무소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기록하기 위해 23일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서 문을 연다.
북한은 지난 19일 오후 6시31분 전극만 북한대학생체육협회 위원장의 이름으로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수신인은 조직위 관계자가 아니라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에리크 생트롱 사무총장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쪽에는 이 전문이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광주 동)이 공개한 북한 전자우편을 보면, 북한은 “우리의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쪽 정부는 군사적 대립을 계속했고 서울에 북한인권사무소 설치를 발표했으며, 인권 문제를 들먹이며 남북관계를 극한으로 밀고 나갔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북한의 불참에 유감을 표명한다. 열린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북한의 참가를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 등을 불참 이유로 꼽은 데 대해,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의 문제로 이번 유엔 인권사무소와 같은 유엔 국제기구를 우리나라에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불참하면 조추첨을 마친 여자축구·핸드볼 등 단체경기의 대진표를 다시 짜야 한다. 북한은 지난 3월 육상·다이빙·기계체조·리듬체조·탁구·유도 등 6개 개인종목과 여자축구·핸드볼 등 2개 단체종목에 선수 75명과 임원 33명으로 짜인 선수단 108명을 파견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지난 3일 선수단 명단(엔트리) 제출 마감일과 15일 추가 마감일에 잇따라 참가자 인적사항을 제출하지 않았다.
북한의 불참 통보 사실이 알려지자, 광복 70돌을 맞아 ‘피스버시아드’를 기대했던 광주시민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5월어머니집’ 안성례(78) 인권도서관장은 “아무리 좋은 말도 때가 있는 법이다. 남북 청년들의 체육교류가 정치적인 힘겨루기 때문에 무산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손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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