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후속 조처에 관심 쏠려
양국 정상 참석 국제회의 줄줄이
‘징용 피해자’ 표현 등 절충 촉각
양국 정상 참석 국제회의 줄줄이
‘징용 피해자’ 표현 등 절충 촉각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일 국교정상화 50돌 기념행사 교차 방문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축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제 양국간 전에 볼 수 없었던 활발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양국 관계에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이해했다”고 말했다. 또 민 대변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답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이런 조심스런 태도는 전날 두 정상의 교차 방문이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과거사 문제 등에서 한-일 간 이견이 여전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양국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돼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은 두 정상의 교차 방문을 계기로 관계개선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내 한-일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위안부 문제 등 쟁점을 둘러싼 이견 해소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 하반기에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비롯해, 유엔총회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가할 국제회의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들 회의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한-일 정상회담의 여건 조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쟁점 중에는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 협의가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3차 협의를 열어,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의 표현 문구 등을 놓고 절충에 나섰다. 실제 전시 동원 조선인을 가리키는 용어를 놓고도 한-일은 차이를 보인다. 일본에서는 ‘징용공’이라고 하는 반면 한국은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표현한다. 표기 방식도 <교도통신>은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자료에, <산케이신문>은 해당 지자체 누리집과 해당 지역 설명판 등에 명시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의 최대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 계속 다뤄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20년 넘게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배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쟁점이 실무급 차원에서 합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8월 나올 아베 담화도 변수다. 일본에서는 각의 의결을 거치지 않는 총리 개인의 담화 형식으로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퇴행적인 역사 인식이 표현될 경우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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