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북핵외교기획단장.(사진 김태형 기자)
[뉴스인물]세계 3대 신용평가사 만난 조태용 북핵외교기획단장
지난 2003년 2월11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무디스는 ‘A3’으로 돼 있던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안정적’을 건너뛴 파격적 조처로, ‘북핵 문제 악화’가 핵심 이유였다. 출범을 앞둔 참여정부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까지 나서 동분서주한 끝에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막아낼 수 있었다. 외교안보 쪽 고위 관계자들은 지금도 “썩은 동아줄 끝에 매달린 심정이었다”고 그때를 떠올린다.
한국의 경제 기반은 1997~98년 외환위기 이전보다 튼실해졌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지만, 정작 국가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북핵 문제)이 결정적으로 작용”(재정경제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북핵 문제의 향방은 이렇게 우리의 경제 전반, 국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변수다.
베이징 4차 6자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직후인 지난달 25∼29일, 북핵 문제의 핵심 당국자인 조태용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권태신 재정경제부 차관과 함께 미국 워싱턴과 홍콩을 다녀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스앤피)의 존 체임버스 부사장,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아시아 담당 이사를 만났다. 모두 3대 신용평가사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평가팀장이다.
한국 평가팀장들 “후속협상 따라 등급 상향”
6자 주인의식 갖고 ‘부담’ 논의 좀 미뤄달라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명인 조 단장을 7일 오후 외교부 청사 9층 북핵외교기획단장실에서 1시간 남짓 따로 만났다. 그에게 그들이 특히 뭘 궁금해했고, 어떻게 답변했느냐고 물었다. “무엇보다 후속 협상의 과정을 궁금해했다. 회담 개시 2년 만에 실질적이고 내용 있는 합의에 이른 이정표로서의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6자가 모두 한배에 올라타 누구도 혼자 뛰쳐나가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실천’을 다루는 것이므로 굉장히 어렵겠지만, 궁극적 타결을 우리는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전한 면담 결과는 이렇다. “에스앤피는 4차 6자 회담 재개 발표가 난 7월 말에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렸다(A-→A). 6자 회담이 순항하면 추가 승급 요청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무디스는 ‘11월 후속 협상(5차 6자 회담)을 봐가며 검토하겠다’고 하더라. 피치는 9월19일 공동성명 합의 직후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조만간 국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11월 초로 예정된 5차 6자 회담을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그는 인터뷰 도중 질문의 맥락과 조금 다른 얘기를 길게 했다. ‘국민께 드리는 당부’처럼 들렸다. “첫째, 6자 회담에서 우리의 구실·부담과 관련해 주인의식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 둘째, 우리의 부담은 국민이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셋째,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서 부담하게 될 전체 규모와 6자의 분담 방식은 아직 얘기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부담’이 벌써부터 논의의 초점이 되는 건 좋지 않다. 먼저 얘기하는 쪽이 부담을 많이 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인터뷰 끝 무렵에 불쑥 “한-미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문맥이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 지적하는 것과 달랐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6자 회담에서 한국의 구실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글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6자 주인의식 갖고 ‘부담’ 논의 좀 미뤄달라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명인 조 단장을 7일 오후 외교부 청사 9층 북핵외교기획단장실에서 1시간 남짓 따로 만났다. 그에게 그들이 특히 뭘 궁금해했고, 어떻게 답변했느냐고 물었다. “무엇보다 후속 협상의 과정을 궁금해했다. 회담 개시 2년 만에 실질적이고 내용 있는 합의에 이른 이정표로서의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6자가 모두 한배에 올라타 누구도 혼자 뛰쳐나가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실천’을 다루는 것이므로 굉장히 어렵겠지만, 궁극적 타결을 우리는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전한 면담 결과는 이렇다. “에스앤피는 4차 6자 회담 재개 발표가 난 7월 말에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렸다(A-→A). 6자 회담이 순항하면 추가 승급 요청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무디스는 ‘11월 후속 협상(5차 6자 회담)을 봐가며 검토하겠다’고 하더라. 피치는 9월19일 공동성명 합의 직후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조만간 국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11월 초로 예정된 5차 6자 회담을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그는 인터뷰 도중 질문의 맥락과 조금 다른 얘기를 길게 했다. ‘국민께 드리는 당부’처럼 들렸다. “첫째, 6자 회담에서 우리의 구실·부담과 관련해 주인의식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 둘째, 우리의 부담은 국민이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셋째,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서 부담하게 될 전체 규모와 6자의 분담 방식은 아직 얘기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부담’이 벌써부터 논의의 초점이 되는 건 좋지 않다. 먼저 얘기하는 쪽이 부담을 많이 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인터뷰 끝 무렵에 불쑥 “한-미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문맥이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 지적하는 것과 달랐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6자 회담에서 한국의 구실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글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