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전 현대아산 사내메일로 임직원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형식은 “사랑하는 현대아산 가족여러분께” 쓰는 편지이지만, 내용은 정부와 북쪽 당국에 던지는 자신의 의지다.
현 회장은 현대아산과 북한과의 관계를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이며…, 이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인사파문에 따른 북쪽 당국과의 갈등을, 끝까지 자신의 뜻대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윤규 전 부회장에 대한 퇴출 조처를 ‘종기 수술’에 비유한 현 회장은 “마취에서 깨어나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오랜 친구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 더욱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하기 위해서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인데 우리의 옛 모습에 익숙한 친구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며 북 당국의 대응에 섭섭함을 표현했다. 현대아산 직원들에게는 “그들이 우리를 어색케 한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고 우리 역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진정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 회장은 김윤규 전 부회장 개인비리에 대한 그룹 내부감사보고서의 부실로 정부로부터 눈총이 따가운데다 북쪽은 남북 경협사업에 현대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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