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카터 장관 펜타곤서 회담
여론 압력 높아지자 면피성 요청
KFX사업 차질 우려 커져
방사청 “국내 개발·해외 협력 추진”
여론 압력 높아지자 면피성 요청
KFX사업 차질 우려 커져
방사청 “국내 개발·해외 협력 추진”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4건의 핵심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신 한·미 양국은 방위산업(방산) 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국 국방부가 16일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각) 워싱턴 펜타곤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이런 견해를 밝혔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 장관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위한 기술이전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거듭 요청하였으나, 카터 장관은 “조건부 KF-X 4개 기술이전은 어렵다”고 답했다. 카터 장관은 대신 “기술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해 보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카터 장관은 전날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국방부에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내왔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카터 장관의 서한은 지난 8월 한민구 장관이 기술이전을 요청하려고 보낸 서한의 답신 성격이다.
국방부는 이날 회담에서 “두 장관이 한국형 전투기 사업 협력을 포함해 방산기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체(워킹그룹)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한 협의체는 한국 쪽에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분야 인사들이, 미국 쪽에선 국방부와 관련 업체 인사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하고 운용할지는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이번에 합의한 협의체에서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관련된 기술협력이 주로 협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핵심기술 4건의 이전 불허 방침에 변함이 없는 미국이 이 협의체를 통한 한국의 기술협력 요청에 얼마나 응할지는 의문이다.
애초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차기전투기(FX) 사업의 절충교역으로 이전을 요청한 25건의 기술 가운데 ‘에이사(AESA·능동 위상배열) 레이더의 체계통합’ 기술 등 4건은 수출승인(EL) 불허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공개돼 한국형 투기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그동안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려는 외교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번에 미국 방문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한 한 장관이 카터 장관을 직접 만나 기술이전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이런 국내 여론의 압력에 떠밀린 측면이 크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기술이전 불허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으나, 최선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한 장관이 카터 장관에게 직접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면피성 뒷북 외교’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 불가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의 차질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다양한 기술 검토 결과, 국내 개발을 우선 추진하되 필요하면 국외 (제3국의) 기술협력을 얻어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8조1천억원을 투자해 F-16 전투기 수준의 미디엄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미, 이전 거부 KFX 핵심기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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