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장관회담 ‘주권 논란’ 발언
“사전에 비공개 합의” 해명에
일 방위상 “합의 없었다” 부인
윤병세 외교도 말 바꾸기 논란
“사전에 비공개 합의” 해명에
일 방위상 “합의 없었다” 부인
윤병세 외교도 말 바꾸기 논란
최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책임론이 불거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전격적으로 교체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여전히 잇따른 실책으로 뒤뚱거리고 있다.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의 ‘한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이남’ 발언을 놓고 ‘누락, 은폐’ 의혹에 이어 22일에는 양국 간 진실 공방을 불렀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자의석 해석과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국방부는 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방위상의 국방장관 회담 뒤 ‘한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이남’이라는 취지의 나카타니 방위상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자, 이튿날 “이와 관련해 한-일 간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비공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나카타니 방위상은 22일 귀국길에 일본 기자들이 ‘비공개 합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부인해, 국방부의 전날 해명이 거짓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일 간 북한 영역에 대한 질의 시 ‘한·미·일이 긴밀히 협의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대응하자는 분명한 합의가 있었다”며 “일본 쪽의 발언 중 이런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장관 회담 전 실무협의에서도 ‘일측은 수번을 질문해도 같은 답변을 할 것’이라는 ‘언론 대응 가이드’(PG)를 교환했고, 20일 장관 회담 현장에서도 같은 내용을 일본 쪽에 재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오늘 나카타니 장관이 공항에서 (북한 문제로) 소란을 일으킨 것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라인 전면교체 목소리 커져
국방부가 나카타니 방위상의 민감한 핵심 발언에 대한 어설픈 비공개 시도로 누락, 은폐 의혹을 자초한 데 이어 한-일 간 ‘진실 공방’까지 벌인 셈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입길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면에서 실패하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남중국해 관련 미-중 갈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고 질의하자 “남중국해의 ‘남’ 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언론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던 윤 장관은 21일 외교부·동아시아연구원(EAI) 주최 콘퍼런스 정책연설에선 “지난주 방미 시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쪽이 남중국해 관련 정부의 방침을 설명했고 미국 쪽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의 ‘남’ 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윤 장관의 19일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뒤늦은 자백’과 마찬가지다.
김관진 실장은 2013~2014년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 이전 문제가 다뤄지던 시절 국방부 장관으로 이 문제를 총괄했다. 김 실장은 2013년 9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주재하면서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단독후보로 올라온 보잉의 F-15SE를 스텔스 기능 부족 등을 이유로 떨어뜨렸고, 이듬해 3월 방추위에선 차기 전투기 사업자로 핵심기술 4건의 이전을 거부한 록히드마틴의 F-35A를 선정했다.
야당은 외교안보 라인의 잇따른 실책을 지적하며 전면 교체를 압박하고 있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팀은 참으로 무력하다”며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을 요구했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 실패의 책임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한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도 문책론이 나온다. 정병국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를 운영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를 타파하지 못한 주무 장관들도 문제”라며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등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황준범 기자 suh@hani.co.kr
안보실장·외교장관·국방장관의 책임론·말바꾸기·숨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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