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예치한 ‘커뮤니티 뱅크’
“민간은행”→“정부은행” 말 바꿔
총 이자수익 규모 3000억원 추정
미국 “은행 운영비로 사용” 주장
“민간은행”→“정부은행” 말 바꿔
총 이자수익 규모 3000억원 추정
미국 “은행 운영비로 사용” 주장
막대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적립금을 예치해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자수익을 남긴 ‘커뮤니티 뱅크’(CB)가 “미 국방부 소유”라고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미 정부가 한국이 매년 군사 건설을 위해 주는 돈으로 편법적인 ‘이자놀이’를 해왔음을 시인한 것인데다, 이자수익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가 최근 “‘지난달 10일 ‘커뮤니티 뱅크가 미 국방부 소유의 은행 프로그램’이라는 미국의 공식 서면답변을 받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고,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밝혔다. 한국이 지난해 6월 ‘커뮤니티 뱅크가 미 정부 소유 은행인지, 민간은행인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지 1년3개월 만에 답변해온 것이다.
커뮤니티 뱅크는 해외 주둔 미군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미국 민간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한국이 매년 내는 방위비분담금은 이 커뮤니티 뱅크에 예치된다. 논란은 미군이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금을 다 쓰지 않고 적립해, 여기서 이자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 적립금이 2008년 10월 1조1193억원, 2013년 8월 7100억원, 2014년 1월 6210억원, 2015년 10월 3900억원에 이른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의 이자소득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나 ‘민간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2009년 국가를 상대로 낸 ‘방위비분담협정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된 금융 자료를 보면, 커뮤니티 뱅크는 2006~2007년에만 방위비분담금을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에 예치해 566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평통사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방위비분담금 적립금이 처음 생겨난 2002년부터 따지면 총 이자수익 규모가 3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득세 12%를 적용하면, 내야 할 세금만 못해도 얼추 300억~4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 국세청은 이 이자수익에 대해 “커뮤니티 뱅크가 미국의 (준)국가 기관”이라며 세금을 매긴 적이 없다. 한-미 조세협약은 정부, 중앙은행, 정부 소유 기관이 상대방 국가에서 올린 수익에 대해 서로 비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의 이자수익에 대해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애초 미국은 한국 정부에 “방위비분담금이 무이자 계좌에 예치돼 있다”고 설명하며 이자 발생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미국은 지난해 1월 9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 직전 태도를 바꿔, 전언 형식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당시 황준국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대사(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기자실을 찾아 “미국 쪽 협상팀이 ‘방위비분담금 계좌에서 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대사는 “미국 쪽이 ‘이자수익은 미국 정부로 이전되지 않았다. 커뮤니티 뱅크는 사실상 민간은행이기 때문에 과세 문제는 한국이 관련 법령에 따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후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이 되어서야 입장자료를 내어 “커뮤니티 뱅크가 민간은행으로 판정되면 이자소득에 대해 국내법에 따라 필요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정부가 제출한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합의안(2014~2018년까지 매년 9200억원+ α 분담)의 국회 동의안 처리를 방위비분담금 이자에 대한 정부 조치와 연계할 뜻을 내비치자, 뒤늦게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해 6월 미 국방부에 커뮤니티 뱅크의 법적 지위와 그간 발생한 이자 규모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1년3개월 만에 보내온 이번 공식 서면답변에서 지난해 1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커뮤니티 뱅크는 민간은행’이라고 밝힌 비공식 답변을 뒤집었다. 이자수익에 대해 세금도 한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자 규모에 대해서도 “이자수익이 커뮤니티 뱅크의 전체 투자잔고에서 발생해 방위비분담금 계좌에서 기인한 이자수익만을 산정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미국은 이번 서면답변에서도 “방위비분담금 계좌는 무이자 계좌로 주한미군은 이자수익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간 발생한 이자수익은 커뮤니티 뱅크의 운영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어떻든 이자수익을 미 국방부 소유 은행의 경비로 썼다는 것이니, 사실상 미 국방부가 이자소득을 올렸음을 자인한 셈이다. 평통사는 “정해진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방위비분담금으로 불법적인 이자놀이를 한 것이니 이자소득 전액을 한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에서 기인한 이자수익의 정확한 규모 산정이 불가함을 감안해 커뮤니티 뱅크의 이자수익을 차기 협상 때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차기 협상은 2019년부터 적용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뜻한다. 당장 해결 의지를 보이기보단 문제를 3~4년 뒤 다음 정부로 떠넘긴 것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